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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워버린 게브르셀라시에를 위하여" 은퇴한 맞수 터갓, 7일 뉴욕 마라톤서 우정의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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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워버린 게브르셀라시에를 위하여" 은퇴한 맞수 터갓, 7일 뉴욕 마라톤서 우정의 레이스

입력
2010.11.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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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세계에서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가장 강력한 모티브로 라이벌 대결만한 ‘재료’를 찾기 힘들다.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리지 않고 라이벌 구도 구축은 팬들을 유인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골프를 예로 들면 1960년대 필드를 양분한 잭 니클로스(통산73승)와 아놀드 파마(62승)를 꼽을 수 있고 테니스에선 존 맥켄로와 비외른 보리가 있다. 맥켄로와 보리는 1978~1981년 동안 14차례 만나 7승7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결승전적만 놓고 보면 맥켄로가 5승4패로 앞섰다. 왼손잡이와 오른손 잡이, ‘악동’이란 닉네임이 말해주듯 불같은 성격의 맥켄로와 ‘샌님’ 스타일의 보리.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들의 경기 스타일로 테니스는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마라톤에서는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7ㆍ에티오피아)와 폴 터갓(41ㆍ케냐)이 있다. 국적과 나이를 떠나 절친인 이들이 7일 제 41회 뉴욕마라톤에서 첫 동반 레이스를 펼친다. 이들은 고령의 나이만큼 오랜 세월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지난해 은퇴를 선언한 터갓은 친구이자 경쟁자 게브르셀라시에를 위한 우정의 레이스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게브르셀라시에는 뉴욕마라톤이 첫 출전이다. 그는 2008년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3분59초로 세계최고기록을 세웠지만 터갓과의 마라톤 경쟁에서는 한 수 접어야 했던 경험이 있다. 게브르셀라시에의 마라톤 데뷔전은 2002년 런던대회. 그는 당시 할리드 하누치(미국)와 터갓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터갓이 이듬해 베를린대회에서 2시간4분55초로 사상 첫 5분벽을 깨는 이변을 일으키며 세계정상에 섰을 때 그는 대회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트랙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게브르셀라시에는 두 번에 걸친 올림픽(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과 97년, 99년 세계선수권 1만m에서 터갓을 2위로 따돌리고 챔피언에 올랐다. 통산 26번의 세계신기록 경신은 덤이다.

게브르셀라시에는 2007년부터 마라톤에서도 터갓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그해 9월 베를린대회에서 2시간4분06초를 찍어 터갓의 기록을 29초나 앞당기며 1인자로 등극한 것이다. 이에앞서 터갓이 보유하고 있던 하프마라톤 최고기록(59초06)도 2006년 58분55초로 단축시켰다.

게브르셀라시에가 마라톤과 트랙에서 터갓의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웠지만 월드크로스컨트리 챔피언십대회에선 한번도 정상에 서지 못한 숨기고픈 상처가 있다. 이에 반해 터갓은 95년~99년까지 이 대회에서 5연패를 달성했다.

2005년 뉴욕마라톤 챔피언 터갓은 2006년 3위, 2008년에는 4위로 레이스를 마치는 등 노쇠기미로 결국 지난해 은퇴를 선언했다. 터갓은 이후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친선대사로 활약하며 고국 케냐 어린이들을 위한 기아 추방에 힘쓰고 있다. 게브르셀라시에 역시 아프리카 빈곤추방 유엔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5대 메이저마라톤 대회(보스턴, 런던, 베를린, 시카고, 뉴욕)중 베를린대회서만 4차례 우승경험이 있는 게브르셀라시에가 다시 한번 터갓의 바통을 이어받아 뉴욕대회 정상을 밟 을 수 있을지 마라톤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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