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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이 그리운 계절… 알고 떠나야 물 제대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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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이 그리운 계절… 알고 떠나야 물 제대로 만난다

입력
2010.11.03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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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없이는 못 살 것 같던 게 엊그젠데 어느새 뜨끈뜨끈한 온천이 생각난다. 국내에 법적으로 등록된 온천은 총 404개. 겉으로야 다 비슷해 보여도 수온과 성분, 생성과정 등 여러 가지 특성은 온천마다 제각각이다. 알고 가면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정찬호 대전대 지반설계정보공학과 교수팀이 최근 전국 온천을 특성별로 분석한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천연 고온수 온천은 7%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온천은 경남 창녕의 부곡온천이다. 온천수 온도가 최고 78도다. 수온이 보통 15∼18도인 지하수가 이만큼 가열되려면 굉장히 뜨거운 열원이 필요하다. 한반도 지하 곳곳에는 오랜 옛날 지질활동으로 화강암을 형성하고 남은 마그마나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하면서 나오는 열이 축적돼 있다. 이런 열원이 있는 지역에 주로 수온이 50도 이상인 고온형 온천이 형성된다. 부곡온천을 비롯해 백암온천, 척산온천, 동래온천, 해운대온천, 석모도온천 등 국내 온천의 약 7%가 고온형에 속한다.

고온형 온천이 특히 많은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체 온천의 약 68%가 수온이 30도 이하인 저온형이다. 저온형 온천의 물은 지열로 데워진다. 지표면에서 중심부로 100m 내려갈 때마다 지온은 보통 1∼3도씩 올라간다. 이 지온증가율이 1km당 20∼30도를 넘는 지역에서 주로 온천이 형성된다. 지열에 의해 가로 세로 1cm 면적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열량은 세계적으로 초당 약 1.5×10-6칼로리. 남한 지역은 이보다 높은 약 1.65×10-6칼로리다. 일본이 속한 환태평양화산대와 가깝기 때문이다. 온천이 만들어지는데 유리한 환경인 셈이다.

고온형과 저온형을 뺀 나머지 25%는 중온형 온천으로 분류된다. 유성온천과 온양온천, 오색온천 등이 중온형이다. 국내 온천법은 지하에서 용출되는 25도 이상의 온수를 온천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저온형 온천은 자연적인 온천수를 그대로 이용하진 못한다. 관을 타고 올라오는 동안 물이 식기 때문이다. 자연적인 수온이 40∼45도가 안 되는 저온형과 일부 중온형 온천은 물을 인공적으로 한번 더 데워 운영한다.

알칼리성으로 진화하는 온천수

암반 틈 사이로 지하수가 순환하면서 지하 열원에 의해 뜨거워지는 동안 물과 암석 사이에 화학반응이 일어나 다양한 광물질과 가스성분이 녹아 들어간다. 온천수가 일반적인 지하수와 다른 독특한 수질특성을 나타내는 이유다.

빗물은 처음에 약한 산성을 띤다. 화강암 지대에 빗물이 스며들면 초기에는 중탄산(HCO3)과 칼슘(Ca)이 주성분인 지하수가 된다. 이 물이 암반 깊은 곳으로 수십에서 수백 년 동안 이동하면서 가열되는 동안 칼슘 대신 나트륨(Na)이 주성분으로 바뀐다. 성분을 기준으로 보면 이렇게 형성된 중탄산-나트륨형 온천이 국내에 가장 많다.

칼슘형이 나트륨형 온천으로 바뀌는 동안 지하수에 들어 있는 수소이온이 점차 줄면서 온천수는 약한 알칼리성을 띠게 된다. 이런 온천수의 수소이온농도지수(pH)는 8 내외. 정 교수는 “온천수가 약알칼리성으로 바뀔수록 피부를 거칠게 하는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은 성분은 줄고 피부에 좋은 나트륨이나 칼륨 성분이 는다”며 “나트륨형 온천은 관절염과 피로회복, 근육통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전북 완주의 죽림온천은 pH 가 10까지도 올라간다.

부산 해운대온천과 인천 석모도온천은 해수혼합형이다. 해안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지하수가 가열되는 동안 바닷물이 섞여 온천수가 짠맛이 난다. 희한하게도 바다와 떨어진 육지에 위치한 경남 창원 마금산온천과 부산 동래온천 역시 염분이 함유돼 있다. 이는 과거 어느 지질시대 때 이 지역이 바다와 근접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당시 암반으로 유입된 해수 성분이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용해되고 있는 거란 추측이다. 해수혼합형 온천은 특히 부인병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황 없는 유황온천 주의

황(유황) 성분이 들어 있는 광물이 뜨거운 지하수를 만나 화학반응이 일어나면 가스 형태의 황화수소가 생긴다. 이렇게 형성된 게 바로 부곡온천이나 온양온천 같은 유황온천이다. 국내 온천법에서는 유황 함량이 온천수 1리터 당 1mg 이상이면 유황온천, 0.01∼1mg이면 함유황온천으로 분류한다. 정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황화수소는 점차 증발해 사라진다”며 “이름만 유황온천이고 실제로는 유황성분이 거의 없는 온천도 있다”고 귀띔했다. 황화수소 가스는 계란 썩는 독특한 냄새를 내기 때문에 온천 현장에서 유황의 존재 여부는 쉽게 판가름할 수 있다.

탄산가스가 녹아 있는 탄산온천은 대부분 미지근하고 피부에 닿을 때 좀 따끔따끔하다. 피부의 모공을 확장해 노폐물이 쉽게 배출되게 도와 피부질환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지하 심부의 마그마나 맨틀에서 나온 이산화탄소가 지표 부근으로 상승하다 지하수와 만나 탄산수가 되고, 이 물이 데워져 탄산온천이 만들어진다. 탄산가스가 들어 있으면 다른 온천수보다 암석과의 화학반응이 더 활발하다. 광물질 함유량이 더 높아진다는 말이다. 능암온천과 오색탄산온천이 여기 속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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