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소녀시대가 2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노래방에서 기자들과 마주앉았다.
새 미니앨범 '훗(Hoot)'을 내고 마련한 간담회. 9(소녀시대) 대 13(기자), 2열 횡대 대 2열 횡대의 대화는 산만할 수밖에 없었는데 질문보다 소녀시대의 대답이 쫀득했다. 수영이 주어를 떼면 자연스레 태연이 술어를 말하고 제시카가 마침표를 찍는 식. 아시아 정상의 인기 혹은 성공의 첫째 비결은 하루 24시간을 함께 생활하는 팀워크인 듯 보였다.
"나가보면 한국 가요가 한참 붐업돼 있다는 걸 느껴요. 보아나 동방신기 같은 선배들이 닦아놓은 게 있잖아요. 현지화한 콘텐츠가 아니라 여기서 부르던 노래를 그냥 불렀는데도 인기를 얻는 걸 보면 이제 아시아 음악 팬들이 한국 가요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소녀시대가 일본에서 첫 싱글 'GENIE'를 발표한 게 지난 9월 초. 그리고 겨우 두 달 만에 오리콘차트 수위를 차지하는 등 각종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배용준이 '1차 한류'를 일으켰다면 아시아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퍼지는 '2차 한류'의 중심에는 소녀시대 열풍이 있다는 평이다.
지난 15, 16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연 첫 소녀시대의 단독 콘서트는 해외 여성 아티스트 사상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다. "동경의 대상이 된 것 같다"고 하자 소녀시대는 "'아, 우리가 연예인으로 보이는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휴대폰 벨소리에서 우리 음악이 나올 때, 여고생들이 8~9명씩 모여 소녀시대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때, 인기를 실감하긴 하죠. 한국 팬들은 데뷔할 때 모습부터 다 봐와서 친근하게 느끼는데 다른 아시아 나라 팬들은 딱 현재의 모습을 보니까 무척 새롭게 보이나 봐요. 의외로 여자 팬도 많은 것 같고."
앨범 타이틀곡 '훗'은 고고 리듬에 복고풍 기타 사운드가 어우러진 경쾌한 노래다. 소녀시대의 한층 성장한 보컬과 감성이 담긴 노래. 하지만 귀에 착착 붙는 후크 리듬이 도드라지던 이전 곡들에 비하면 자극은 덜하다. "대중적이다 또는 대중적이지 않다는 생각은 깊이 하고 싶지 않아요. 이제는 소녀시대 자체를 보여주고 싶으니까요. 우리만의 색깔요? 무대에 섰을 때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에너지가 소녀시대의 색깔이었으면 좋겠네요."
스물 혹은 스물한 살의 나이. 이들은 이제 소녀는 벗어났지만 연습생 생활까지 치면 7~8년째 계속 빡빡한 걸그룹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소녀시대의 얼굴에는 순수함과 원숙함이 교차하는, 조금은 복잡한 나이가 새겨져 있었다.
"'5초 가수'다 그러는데…, 연예인이 원래 보여주는 직업이라 어쩔 수 없는 비판이라고 생각해요. 연애요? 하고 싶죠, 솔직히. 하지만 공연도 많이 하고 싶고, 더 많은 나라에도 가보고 싶고, 밴드도 해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네요."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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