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일(현지시간) 오후 예멘 남부 지역에서 한국석유공사 송유관 일부가 폭발한 사건과 관련 경위 및 배후 세력을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날 밤 "지금까지 한국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사건의 배후 세력에 대한 확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사건으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안전에 대한 긴장감도 높아졌다. 정부는 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G20회의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세웠다. 만약 알카에다가 폭발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국제적으로 테러에 대한 비상이 걸리면서 G20회의 개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국제테러분자 등 위험 인물들의 입국을 차단하기 위해 국제테러분자와 원정시위대 등의 명단을 입수해 특별관리해왔고 테러원국의 국민에 대한 입국심사도 대폭 강화한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서 폭발물 잔해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폭발물에 의한 파손으로 추정된다"며 "송유관 폭발로 인한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파손 지점이 경사 구간에 위치해 상당량의 원유 유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규옥 주 예멘 대사는 "예멘 보안당국이 조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배후세력을 단정하기 이른 상황"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공격의 배후가 누구인지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섣부른 예단은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의 다른 관계자는 "과거 사례로 볼 때 인근 지역에 사는 부족들이 자원개발에 불만을 표출하는 시위의 형식일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 4월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외교부는 최근 알카에다 조직이 예멘에서 테러를 자행하고 있는 만큼 알카에다 소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한편 경기 안양에 있는 한국석유공사 본사는 퇴근했던 직원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석유공사는 예멘 남부 샤브와주 석유탐사 4광구의 송유관이 폭발했다는 보도를 접한 직후 예멘사무소와 접촉하면서 피해 규모 등 상황 파악에 주력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폭발한 송유관 일부에서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확한 피해액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발생산1처를 비롯한 담당부서 직원들이 나와 현장과 연락을 취하면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알아보고 있는데, 3일쯤 비상대책반이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며 "4광구 보안책임자와 주 군경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중장비 및 현지 인력을 동원하여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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