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전 감사실장이 자신의 해고에 청와대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재판과정에서 제시, 정권 차원의 인사 개입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의혹과 관련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몸통' 발언과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2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해고무효 소송 1심에서 패소한 신대식 전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은 지난 5월 이후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2008년 8월 "김종배 산업은행 부총재가 전화를 걸어와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던데, 그쪽(청와대)에서 대우조선해양으로 사람을 보낸다고 하는데 이유는 묻지 말고 자리를 비워줘야 될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위로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실장은 김 당시 부총재(현 법무법인 광장 고문)와 입행 동기로 리스크관리본부장을 지낸 뒤 4년 전 대우조선해양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08년 물러났다.
실제로 신 전 실장이 퇴임한 지 한달 만에 이재오 특임장관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청년단장 출신의 오동섭씨, 당 중앙위원회 산자분과 위원장 출신 정하걸씨, 당 부대변인 출신 함영태씨가 각각 대우조선해양 상임고문으로 영입됐다.
신 전 실장은 "전화 온 날짜는 2008년 8월27일 퇴근 무렵으로 그날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예비입찰서 마감일로 포스코, 한화 등이 입찰서를 제출하기도 해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는 지난달 19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민주당 조영택 의원의 질의에 대해 "청와대 행정관과 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그런 내용의 전화를 받은 적은 없다"고 대답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 문용선)는 사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김 전 부총재를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그는 최근 공판(27일)까지 세 차례 연속 불출석했다. 김 전 부총재는 최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그런 전화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어느 하나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증인으로 참석해 증언하면 대우조선해양이나 신 전 실장 모두에게 불리할 수 있고, 위증죄로 처벌 받을 수 있어 불출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심은 회사 측이 해고 이유로 삼은 법인카드 개인적 사용 등 사유를 인정하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고, 신 전 실장은 "법인카드는 임천공업, 이창하 전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 등과 관련된 비리 의혹 제보자와 만나며 사용한 것으로 그 내역을 재판부에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항소심은 아직 김 전 부총재에 대한 증인 채택을 철회하지 않았지만, 원고측은 김 전 부총재가 출석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당시 통화내역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해둔 상태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