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남부지역 한국석유공사 소유 송유관 폭발 사건과 관련, 최근 예멘발 미국행 화물기 폭발물 소포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아라비아반도 알 카에다 지부(AQAP)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2일 주장했다. 현지 보안당국 관계자 역시 “신원을 알 수 없는 괴한이 송유관 아랫부분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며 테러 행위로 인한 폭발임을 확인했다.
미국을 최대의 적으로 여기는 조직인만큼 이들이 현지 진출한 미국의 우방을 공격했을 가능성은 크다.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테러 공포를 확산시키기 위해 개최지 한국 기업을 타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9월 예멘서 봉사활동 하던 엄영선씨를 납치한 뒤 살해했으며, 그보다 앞선 3월에도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켜 한국인 관광객 4명을 살해한 바 있는 전례를 가지고 있다. 그 만큼 한국을 공격 대상으로 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은 아닌 셈이다.
특히 이번 공격은 지난달 29일 영국 이스트미들랜즈 공항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공항에서 발견된 폭발물 소포의 배후로 AQAP가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이번 송유관 폭파로 테러를 전 세계로 확대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을 수 있다. 최근 예멘 보안당국은 폭발물 소포 제조 용의자인 이브라힘 한산 알 아시리를 포함한 AQAP 주요 핵심인물들이 숨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샤브와주와 마리브주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색에 들어간 상태다. 폭파된 석유공사의 송유관은 이 샤브와주 인근에 위치해 있어 AQAP가 추적에 혼선을 빚어내기 위해 별도의 공격을 감행했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AQAP는 지난해 1월 알 카에다 사우디아라비아 지부와 예멘 지부가 통합해 출범한 테러단체로 짧은 역사에도 빠르게 외연을 넓힌 조직이다. 2009년 성탄절 미 항공기 테러모의사건, 주 예멘 영국대사 공격, 최근 예멘 발 미국행 폭탄소포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대테러 당국의 눈길을 피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민간인을 공격하고 있다. 특히 예멘은 아프리카 소말리아와 함께 아프간, 파키스탄에서 기반을 잃고 있는 무장단체들의 새로운 ‘소굴’로 등장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와 한국석유공사 등은 AQAP의 소행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알 카에다의 테러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AFP보도는 신빙성은 낮아 보인다”며 “지역주민들이 불만표출 형태의 시위로 이런 일을 종종 벌인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도 “예멘 지역에선 지방 부족들이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종종 송유관을 폭발시키거나 도유하는 일이 많다”고 말해 이번 폭발도 이 지역 부족들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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