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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불화 '감로도' 400년만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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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불화 '감로도' 400년만의 귀환

입력
2010.11.0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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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무렵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보이는 보물급 조선 전기(16세기) 대형 불화 1점이 일본인의 기증으로 돌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일 일본 교토의 사찰 류간지(龍岸寺) 주지 에지마 고도(江島孝導ㆍ63)씨가 겐로쿠(元祿ㆍ1688~1703) 시대부터 이 절에 소장돼온 조선 전기의 감로도(甘露圖)를 최근 기증해왔다고 밝히고 공개했다.

감로도의 전체 크기는 322×281cm, 화면 크기는 240×245cm이다. 이 감로도는 지금까지 알려진 16세기 감로도 중 비교적 대형에 속하며, 가장 오래된 충남 금산군 보석사 감로도(1649년작)보다 제작시기가 앞서 문화재 지정이 유력하다고 박물관측은 밝혔다.

감로도는 부처의 수제자인 목련존자가 죽어서 아귀가 된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의식을 베푸는 장면을 그린 그림으로,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으며 효가 중시된 조선에서 16세기 무렵부터 제작된 불화다.

이 감로도는 화면 중앙에 거대한 시식단(施食壇)이 차려져 있고 위쪽에 영혼을 구제하는 일곱 부처, 아래쪽에 아귀를 비롯해 비참한 죽음을 받은 영혼들, 왼쪽에 역대 제왕과 충신ㆍ선인, 오른쪽에 의식을 하는 스님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박물관측은 이 같은 양식으로 미뤄 이 감로도가 16세기에 제작돼 수륙재(水陸齋ㆍ물과 육지에서 헤매는 외로운 영혼에게 공양을 드리는 불교 의식) 등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으로 건너간 뒤 이 감로도는 테두리의 장황(裝潢ㆍ비단이나 종이로 화첩 등을 꾸미는 것)을 새로 했는데, 윗부분에 17세기 일본 천황과 쇼군들의 불교식 이름인 계명(戒名)이 쓰여져 있어 이들이 장황을 할 때 시주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감로도의 상태는 화면 일부에 긁힘과 일부 결손부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일본에서 이 감로도를 인수해온 박방룡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장은 "지난 8월말 에지마씨가 류간지를 방문한 한국인 연구자에게 '한국에서 아주 귀하게 여기는 불화이니 한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아무런 조건 없이 기증 의사를 밝혀, 이후 절차를 밟아 국내로 모셔왔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기증이 일본으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가 일본인 소장자의 자발적 의사로 우리나라로 되돌아온 좋은 사례로 보고, 본격적인 보존처리가 완료되는 내년에 특별 공개회를 열 계획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개관 이래 23명의 일본인으로부터 1,444점의 우리문화재를 기증받았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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