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전망에 대한 청와대 관계자들의 발언이 크게 변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전 한미 FTA 타결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2일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간 통화를 계기로 “타결될 것”이라며 사실상 단정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청와대측은 그간 “미국측이 강한 타결 의지를 보이고 있어 우리로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왔다. 협상 진전이 어려울 경우에 대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제히 “협상에 진지하게 응할 것” “G20 정상회의 전 타결될 것으로 본다”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물론 이런 기류는 이전에도 어느 정도 감지돼 왔다. 일부 당국자들은 “한-유럽연합(EU) FTA가 타결된 뒤 미국이 FTA에 대해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고, 우리도 이에 응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도움이 된다”며 “미국, EU, 호주 등과 FTA가 모두 발효될 경우 우리의 전략적 입지는 상당히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해왔다. 한미 FTA 게임이 결코 우리의 국익에 반하지 않기 때문에 적극 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날 양국 정상들이 한미 FTA 타결을 위한 이유로 한미동맹의 업그레이드, 자유무역주의 확산을 거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30분간 진행된 한미 정상간의 전화 통화는 사적 대화가 오가는 등 친밀감이 배어있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브라더’(brother ∙형)로 호칭한 뒤 “요즘 중간 선거(미국시간 2일 예정)가 아닌 일로 통화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 (이 대통령에게) 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우리측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를 요청하면서 중간선거 전에 성사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봤지만 중간선거 직전에 통화가 성사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 대통령과 한국 실무진이 ‘경주 합의’라는 놀랄 만한 성과를 냈고 서울 G20 정상회의가 성공할 것으로 본다. 나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우리도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 미국측의 협력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남은 과제를 추진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답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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