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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연행' 유물 전시/ 新문명으로 향하던 길, 연행 길을 따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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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연행' 유물 전시/ 新문명으로 향하던 길, 연행 길을 따라가다

입력
2010.11.0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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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청나라의 수도 연경(燕京ㆍ지금의 베이징)을 다녀온다는 뜻의 ‘연행(燕行)’은 국가 외교사절로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뜻했다. 해마다 정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한두 차례 연행사를 보내, 연행의 횟수는 1637년부터 1893년까지 250여년 간 약 500회나 된다.

연행은 그러나 외교사절에 그치지 않았다. 조선이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는 통로였다. 중국에는 이미 서양 선교사들이 들어와 서양문명을 소개하고 있었고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유득공 등 실학자들은 선교사들이 한문으로 쓴 과학, 기술, 천문, 역법 등에 관한 책이나 이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새로운 문명을 흡수했다. 조선과 청나라 간의 학술교류는 300여 종의 연행록이 쏟아져 나올 만큼 활발했다. 많은 실학자들은 선배학자들의 연행록을 읽으면서 중국과 세계의 동향을 파악했고, 이를 자신의 연구에 활용했다. 연행은 이렇게 해서 실학의 탄생과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경기 남양주시 실학박물관이 내년 2월 28일까지 여는 특별전 ‘연행, 세계로 향하는 길’은 연행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전시다. 연행의 의미를 문화사적 의미에서 조명할 수 있는 53점의 유물을 전시한다.

전시 유물 중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영조가 할아버지인 현종의 탄신 100주년을 기념해 1760년 동지사행단에게 그려 오게 한 ‘심양관도첩(瀋陽館圖帖)’(명지대박물관 소장)이다. 현종은 조선 역사에서 유일하게 타국 땅 심양에서 태어난 왕이다. 병자호란 후 청에 볼모로 가 있던 봉림대군(효종)이 심양에 머물렀고 여기서 그의 맏아들인 현종이 태어났다. 영조는 봉림대군이 머물렀던 조선관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찰원(察院ㆍ사찰)이 들어섰음을 알고 이를 그리게 해 심관구지(瀋館舊址)라고 불렀다.

연암 박지원의 후손에게서 기증받아 전시하는 ‘열하일기(熱河日記)’는 박지원이 1780년 청나라 건륭제의 칠순잔치에 가는 도중 열하의 문인들과 사귀고, 연경의 명사들과 교유하며 쓴 작품으로 연행문학의 정수로 꼽힌다.

유득공을 위해 청나라 문인 이당과 여원이 당나라 때의 시를 검은 종이 바탕에 금분으로 쓴 ‘모우심국서, 어옹(冒雨尋菊序 漁翁)’(과천시 소장)도 눈길을 끈다. 1624년 인조의 책봉 요청을 위해 명나라를 다녀온 이덕형 일행의 여정을 그린 그림첩인 ‘연행도폭(燕行圖幅)’(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은 해로를 이용한 사행도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서양 선교사로부터 화포와 천리경, 자명종 등을 조선에 들여온 정두원이 1631년 연행에서 돌아와 인조에게 바친 사행보고서 ‘조천기지도(朝天記地圖)’(성균관대 존경각 소장)는 연행길 주요 지역의 그림과 견문을 적었다. 1700년대 후반 연경을 그린 ‘연경성시도(燕京城市圖)’ 등 베이징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들도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또 조선의 연행록과 연행도를 중국, 베트남, 일본 등 주변국의 자료와 비교해 연행의 의미를 동아시아 전체의 시각에서 조명한다. 의주, 심양, 산해관, 북경, 열하 등 당시의 연행로와 지금의 지리를 영상전시를 통해 비교해볼 수도 있게 했다. 실학자들이 남긴 연행시, 송별시, 연행일기 등으로 연행문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부대행사로 6일과 20일 두 차례 ‘영상으로 보는 연행노정’을 주제로 한 영상강연회가 열리며, 내년 2월 12일에는 ‘1780, 열하를 가다’ ‘그림과 함께 하는 연행’ 등을 주제로 특별강연회가 열린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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