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되었다. 1차로 지난 달 30일부터 2박 3일 동안 남측 가족 436명을 포함해 546명이 상봉하였고, 3일부터 5일까지 남측 상봉자 96명과 북측 가족 207명이 60년 만에 만나게 된다. 남북 이산가족의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도 1,000명의 이산가족이 꿈같은 해후를 한 것은 기쁘고 다행한 일이다.
대규모 식량 지원과 맞바꿔야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기약 없이 헤어져야 하는 상봉 가족의 아픔도 크겠지만 아직까지 헤어진 가족의 생사조차 모른 채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수많은 이산가족의 한을 더 이상 그들만의 아픔으로 남겨둘 수는 없다. 이산가족 문제는 생사 확인, 상봉, 수시 상봉과 고향 방문을 거쳐 재결합으로 해결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지난 10년 동안 남북 각각 100명의 상봉자와 5명 이내로 제한된 가족들 의 2박3일 상봉이 18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편지 교환이나 화상 상봉도 시도됐지만, 김정일 위원장도 약속했던 고향 방문은 실현되지 못했다. 수시 상봉을 위한 금강산 면회소가 건립되었지만 아직은 요원한 실정이다.
북한은 이산가족 문제를 인도주의 차원보다는 남쪽의 경제적 지원이나 정책 변경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간주하고 있다. 이번에도 우리측이 제안한 상봉 규모의 대폭 확대나 대규모 생사확인 요구에 맞서 제한된 정례화와 쌀 50만톤 및 비료 30만톤 지원,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등의 대규모 지원과 천안함 사태에 따른 제재조치를 무력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듯하다. 더구나 1차 상봉에 우리 군이 전사자로 처리한 국군포로 4명을 내보낸 사실에서 북측의 의도와 수법을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북측의 태도를 감안할 때 이산가족 문제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원만히 해결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 남북간에 가장 중요한 현안이 납북자 및 국군포로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이라면 북측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정치적 결단과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긴급구호 성격을 벗어난 일정 규모 이상의 쌀과 비료 지원은 북한군 전력을 강화하고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까닭에 정부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사항이다. 그러나 시간적으로 촉박한 이산가족 문제를 우리 시대에 풀기 위해서라면, 대규모 식량 지원과 근본적 해결을 맞바꾸는 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이 요구하는 금강산관광 재개는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살사건과 연계된 동시에 5∙24 제재조치와도 맞물려 있어 현 단계에서 양보할 수 없다. 또 금강산 관광을 통해 거액의 현금을 북측에 건네는 것은 북한 핵실험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포괄적 제재조치에도 위반된다. 결국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이외의 해법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보다 엄격하고 제도적인 장치를 구축해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 당국 정치적 결단할 때
향후 남북 당국간에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해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식량 지원을 연계하되, 흩어진 가족의 생사 확인을 우선적으로 마무리하여야 한다. 생사가 확인된 가족에 대해서는 상봉의 기회를 가급적 신속히 제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책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산가족 문제에 관해서는 잠정적이지만 현실을 감안한 신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남북 당국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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