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국회 대정부질문 발언 파문을 계기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면책특권은 불체포특권과 함께 국회의 독립과 자율을 보장하는 대표적 장치다. 1689년 영국 권리장전 9조에 명시된 이래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 45조 역시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원들의 국회 내 발언에 대한 면책 특권은 민ㆍ형사상에 걸쳐 포괄적으로 인정돼 왔다.
면책특권의 허용 범위를 두고 첫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것은 2003년 이호철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였다. 대법원은 2007년 1월 판결에서 “발언 내용이 직무와 아무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 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하지만 사건 자체에 대해선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면책특권 논란과 관련해 독일 기본법을 주목하고 있다. 독일 기본법 46조1항은 우리나라와 같은 내용으로 면책특권을 규정해놓았지만 ‘다만 비방적 모독에 대해서는 이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달고 있다.
대법관 출신인 김황식 총리도 2일 국회 답변에서 독일 기본법 등을 언급하며 면책특권의 제도적 검토 필요성을 얘기했다. 문제는 독일의 사례 등을 참고해 면책특권을 손질하기 위해선 헌법45조의 개정, 즉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야 합의가 전제돼야 하고 여러 논란을 불러올 게 뻔해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법 등 하위법에 예외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위헌 논란을 빚을 수 있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는 “헌법을 개정할 때 악의적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중대하고 심각할 경우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 만큼 여야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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