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급했다. 미 중간선거 판세가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최근 격한 말과 짜증을 쏟아내더니, 급기야 선거 하루 전날인 1일 상황이 심상치 않자 자신의 실수를 정정하기에 이르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방송방송 인터뷰에서 “(공화당과 지지자들을 향해) 적(enemies) 대신 반대자(opponents)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25일 스페인어 라디오방송 유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이민 개혁법 처리 지연에 불만을 가진 히스패닉들의 투표를 어떻게 독려하겠냐는 질문에 “라틴계가 우리의 적을 응징하고 우리 편에 서 있는 친구에게는 보답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0일에도 코네티컷 지원유세 도중 글로벌 에이즈 캠페인 관계자들이 연설을 방해하며 소란을 피우자 방해꾼들을 향해 거칠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고함을 치는 등 최근들어 조급함이 자주 노출됐다. 언론들은 오바마가 2008년 대선 때 보여준 침착하고 강인한 면모를 잃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 시사주간 타임에 따르면 28일 언론 브리핑에서도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이 오바마의 ‘적’ 발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겼지만 상황은 악화했다. 공화당은 ‘적’ 발언에 즉각 포문을 열고 맹공했다. 미리 배포된 공화당 존 베이너 원내대표의 마지막 선거 연설문에도 “슬프게도 우리에게는 같은 미국인에게 ‘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대통령이 있다. 그는 더 큰 정부라는 자신의 의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키기 위해 그 단어를 사용했다”는 내용 포함돼 있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사실상 공화당 하원 완전 장악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후 “2일 선거는 다가올 수십년을 좌우할 것”이라며 유권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호소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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