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2단계 구간(동대구~신경주~울산~부산) 개통으로 1일부터 영등포역과 수원역에서도 KTX 승차가 가능해지면서 경기 수원시와 광명시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서울역이나 광명역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수원에서는 환영일색인 반면 열차 시발역의 위상이 흔들리게 된 광명시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2일 코레일에 따르면 KTX 정차 첫날인 1일 영등포역에서 KTX에 승차한 승객은 112명이고, 정차횟수가 영등포역보다 두 배 많은 수원역에서는 780명이 KTX에 승차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염태영 수원시장 등은 1일 오전 수원역에서 열린 KTX 운행 축하행사에서 첫 승객에게 꽃다발을 증정하며 수원역 정차를 축하했다. 수원에 사는 이모(33·여)씨는 “부산까지 KTX를 이용하기 위해 서울역까지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는 불편이 사라졌다”고 좋아했다.
인근 화성시 용인시 등에서도 KTX 수원역 정차를 반기고 있다. 광명역에 비해 이동 거리가 줄었고, 수원역에서 KTX를 타면 새마을호로 대전까지 가서 환승하는 것보다 40여분 단축된 2시간40분이면 부산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반면 2004년 4월 KTX 시발역으로 문을 연 광명역에서는 1일 KTX 승차 인원이 6.970명으로 집계됐다. 1주일 전 월요일인 10월 25일에 비해 승객수가 200명 정도 줄었다. 영등포역에 서울 승객을 빼앗기고, 수원역에 경기 남부 승객을 내준 여파가 당장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금~일요일 운행 횟수가 축소돼 장기적으로 승객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일부터 경부선 하행선 기준으로 광명역에 서는 KTX는 금요일에 기존 42회에서 40회로, 토요일에는 45회에서 38회로, 일요일은 46회에서 38회로 감차됐다.
국비 4,068억원을 들여 광명역을 지어놓고 정차역을 분산시키자 광명시에서는 국토해양부의 정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명시민은 이미 범대위를 구성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고, 지난달 말에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광명시의원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광명역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게을리한 채 영등포역 정차 계획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하루아침에 약속을 저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광명시 관계자는 “광명역 건설 당시 정부는 복합환승시설과 연계교통수단 확충, 광명역세권 개발 등을 약속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국가 차원에서 KTX 활성화는 당연하지만 이미 수립된 기존 계획을 조속히 추진해 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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