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감기를 일으키고 복제될 때마다 돌연변이를 만드는 200여종이 넘는 리노바이러스, 설사가 나게 하는 노로바이러스, 영아 급성장염의 원인인 로타바이러스 등. 암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내온 인류의 오랜 적을 정복할 수 있는 ‘꿈의 약품’개발이 가능해졌다. 세포 내의 면역체계 존재 사실이 새로 밝혀져서 인데, 외신들은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 발견’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2일 영국 인디펜던트 등은 “지금까지 14번의 노벨상을 수상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분자생물 연구소가 또 한번의 개가를 올렸다”고 보도했다.
그 동안 항체는 바이러스가 세포로 침입하기 전에만 작동하고 일단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침투한 다음에는 거의 속수무책으로 알려져 있었다. 단백질로 둘러싸인 유전물질 덩어리인 바이러스는 스스로 번식할 수 없으며, 세포를 장악한 뒤 숙주 삼아 거기서 무수한 복제를 한다.
그러나 이 연구소 리오 제임스 박사팀이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항체는 세포 밖에서 뿐만 아니라 세포 내에서도 바이러스에 활발히 대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에서 바이러스에 달라붙은 항체는 바이러스가 세포막을 뚫고 들어갈 때도 달라붙어서 함께 들어간다. 이후 항체는 세포 내에서 TRIM21이라는 단백질을 유인해서 항체에 집게처럼 달라붙게 만들고, TRIM21은 또 다시 단백질분해효소인 원통형의 프로테아솜을 불러낸다. 프로테아솜은 바이러스에 달라붙어 빠르게 바이러스를 해체한다. 이 파괴 과정은 바이러스가 복제를 시작하기 전 2시간 내에 이루어진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제임스 박사팀은 TRIM21을 이용해 새로운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인체에서 자체 생성되는 TRIM21 외에 추가로 TRIM21을 주입하자 세포 내 면역력이 높아져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크게 증가했다. 제임스 박사는 “인체내 TRIM21의 양을 늘려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리노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등이 이런 메커니즘에 의해 퇴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천연두에서부터 후천성면결핍증(AIDS), 일부 암의 변종까지 바이러스의 범위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바이러스 퇴치에 이 메커니즘이 작용한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연구성과를 더 많은 바이러스에 적용하는 실험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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