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1일 러일 영토분쟁 중인 쿠릴 열도 남단 쿠나시르를 방문한 것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강한 지도자상을 연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이 센카쿠(尖閣) 문제에서 대일 강경자세를 취해 국내의 사회적인 불만을 흡수하려는 모양새와 닮았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이날 방문은 표면적으로는 러시아 정부가 책정한 '쿠릴 사회경제발전계획'(2007~2015년)의 인프라 정비상황을 시찰하는 것이었다. 첫 방문시설인 지열발전소에서는 숙직실에서 "TV는 몇 개 채널까지 들어오느냐"고 물어본 뒤 "디지털화하면 20개 채널은 볼 수 있다"며 설비 제공을 공언했다. 갓 지은 유치원에 들러 TV와 오디오세트를 선물했고 주민들과 만나서는 지역개발을 위한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의 반환 요구를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대통령의 첫 방문을 대대적으로 환영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약 4시간 동안 섬을 둘러본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자신이 직접 찍은 쿠나시르 해안 등 사진 2장을 올리고 "러시아에는 아름다운 곳이 얼마나 많은가! 이곳은 쿠나시르"라고 감탄조의 설명을 붙였다. 또 "(러시아에서)가장 멀리 떨어진 곳(쿠릴열도 남단)을 포함해 모든 러시아 지역의 개발을 감독하는 것이 대통령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푸틴 총리에 비해 부드러운 이미지가 두드러졌던 메드베데프가 푸틴조차 하지 않았던 쿠릴 남단 방문을 결행한 것은 그가 1년 반 뒤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일본 언론들의 견해이다.
아비루 다이스케(畔蒜泰助) 도쿄재단연구원(러시아 정치경제전공)은 이번 방문에 대해 "일본과 영토문제를 노린 것이라기보다 국내 정치정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보도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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