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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슈퍼마켓 갈등 현장에 가보니…"SSM 기습 입점 막아라" 천막서 밤샘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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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슈퍼마켓 갈등 현장에 가보니…"SSM 기습 입점 막아라" 천막서 밤샘 감시

입력
2010.11.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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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가게 내부 수리 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옆 건물에 롯데 슈퍼가 들어서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만난 이진철(43) 럭키마트 대표는 지난달 11일 바로 옆 건물 1층에 롯데의 기업형슈퍼마켓(SSM)인 '롯데 마이슈퍼'가 기습적으로 문을 열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곳에서 약 661㎡(200평) 규모의 슈퍼마켓을 8년간 운영해 온 그는 지난해 5월 약 1㎞ 떨어진 곳에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SSM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명륜점이 생겼을 때까지만 해도 SSM 갈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만사를 제쳐 두고 인근 상인들의 서명을 받고, 시민단체의 지원을 요청하는 등 중소기업중앙회(중앙회)에 제기할 롯데 슈퍼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옆 건물에 대기업 브랜드가 입점한 지 20여일 만에 매출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 이 대표는 "하루 평균 1,500~1,600명 정도였던 고객 수가 1,200명대로 약 20%이상 떨어졌다"며 "생업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SSM 규제법을 둘러싼 국회처리가 지연되는 사이 유통현장에선 대기업과 중소상인 간 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법안 통과로 규제를 받기 전 서둘러 점포 수를 늘리려는 대형 유통업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규 개점을 하고 있고, 이에 구멍가게를 갖고 있는 영세상인뿐 아니라 중대형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토착 지역 업체들까지 나서 대기업을 맹비난하고 있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가 기존 영세업자와 함께, 사업 조정 신청 대상에서 제외되는 '가맹점 형식의 SSM출점'을 늘리면서 대립은 기존 상인과 가맹점주 간 갈등, 즉 중소상인끼리의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정릉4동 풍림원아이원아파트 상가 2층에서 약 198㎡(60평) 규모의 풍림할인마트를 운영하는 이우창(38)씨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입점 예정지의 공사 진행 상황을 감시하기 위해 예정지 바로 앞에 쳐 놓은 천막에서 아예 살다시피 하고 있다. "공사 인부들이 오가는 길목을 막기 위해 세워 놓았다"는 출퇴근용 소형 승합차에는 '마구잡이식 홈플러스는 즉각 물러가라' 등의 비방 문구를 여기저기 붙여 놓았다.

이씨는 같은 상가 내 1층 181㎡(55평) 부지에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입점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9월초 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상가 내에는 이미 이씨가 운영하는 슈퍼마켓과 함께 1층엔 편의점이, 3층엔 약 148㎡(45평) 규모의 또 다른 슈퍼마켓이 자리하고 있어 위기의식은 더 컸다.

신청이 받아들여진 후엔 집회 신고를 하고 푯말을 만들어 인부들의 가는 길을 방해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곳에 문을 열게 될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서울정릉점은 사업조정 대상 밖에 있는 가맹점이다.

그러나 이씨는 "매장 임대계약은 8월말, 가맹점 통보는 사업조정 신청 이후인 9월 7일에 이뤄졌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 같은 신규 상권에 출점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이미 자영업자들로 포화상태인 곳에 대기업 SSM이 구멍가게 수준으로 들어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흥분했다.

그렇지만 홈플러스와 가맹 계약을 한 조성민(37)씨도 할 말이 많다. 그는 "편의점 사업을 하던 중 24시간 운영이 너무 어려워 편의점과 운영방식이 비슷한 홈플러스익스프레스 가맹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간 SSM 갈등에 대해 무지했던 까닭에 지금은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험 해약에 고금리 대출까지 동원해 계약한 탓에 이자손해가 많지만 가맹계약서까지 보여줘도 기존 상인들은 우리 점포가 가맹점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으려 한다"며 답답해 했다. 결국 그는 이우창 풍림할인마트 대표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와 국회가 관련법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SSM 문제는 계속해서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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