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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학습권 보장도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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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학습권 보장도 좋지만

입력
2010.11.0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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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고교야구가 주말리그로 전환됨에 따라 한국 야구의 풀뿌리 역할을 해왔던 봉황대기 등 언론사 주최 토너먼트 대회(8개)가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관계부처와 대한야구협회가 내세운 '학원 스포츠 정상화'나 학습권을 보장해 '공부하는 선수'로 육성하겠다는 명분은 일선 현장에서의 시기상조론에도 불구하고 굳이 토를 달 필요조차 없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본사가 주최하는 봉황대기를 예로 들면 타 언론사들이 주최하는 전국대회와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 4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봉황대기는 지역 예선 없이 야구부만 있으면 어느 학교라도 출전할 수 있는 유일한 대회였다.

그래서 역사가 짧아서 실력이 다소 모자란 학교에도 대회 출전기회가 주어졌고, 청각장애 야구부인 충주성심학교가 알려진 것도 봉황대기를 통해서다. 충주성심학교는 매번 콜드게임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 독자들과 관중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주말리그의 명분으로 내세운 학기 중 평일에 대회를 개최한 것이 아니라 여름 방학을 이용해 대회를 개최해왔다. 오히려 봉황대기는 관계부처와 협회가 나서서 적극 장려해야 할 모범적인 대회였다. 그리고 이제는 고교야구가 70년대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흥행 종목도 아니다. 열악해진 환경 속에서 대회를 주최해왔던 언론사의 기여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그런 40년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봉황대기를 다른 대회와 같이 똑같이 대우하는 것은 매우 섭섭한 일이다. 국내 고교야구팀은 불과 53개팀에 불과하다. 그런 빈약한 자원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언론사 주최의 전국대회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각설하고 고교야구는 사실상 엘리트 체육이다. 대학야구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웬만한 스타 플레이어는 고교를 졸업하고 곧장 메이저리그나 국내 프로야구에 진출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시작한 선수들은 야구를 미래의 직업으로 생각하고 훈련해왔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로무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공부보다는 남들보다 더 뼈를 깎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들에게 학습권을 보장한다며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우려도 있다. 어찌 보면 고교야구선수들은 직업교육을 받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정상수업을 받고 방과후에 연습하고 주말에 경기를 하면 오히려 경기력도 떨어지고 학업에도 제대로 적응 못하는 '반쪽 선수'를 양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고교야구선수들은 외국처럼 취미로 클럽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국제대회에 한국을 대표해서 나가는 선수들이다. 축구의 경우 중학교나 고교를 중퇴하고 프로무대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물론 학교를 중퇴하고 프로무대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고교에 다닐 정도의 나이가 되면 인생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이다. 고교 때 배운 야구가 가깝게는 20~30대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전문적으로 하는 운동은 공부와 달리 때를 놓치면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나라와 달리 병역 문제도 운동선수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현실아닌가.

주말리그로 전환된다 해도 일본의 고시엔 대회(매년 8월 2주간의 일정으로 아사히 신문 주최)처럼 고교야구 선수라면 꼭 한번 뛰어보고 싶은 전통과 권위 있는 꿈의 무대가 하나쯤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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