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학생들은 이제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막아야 하는 겁니까."
서울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체벌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된 1일 학생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들이 많았다. 서울시교육청이 체벌을 일절 금지함으로써 면학 분위기가 더 흐려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됐던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A중 2학년 김형석(15)군은 "수업 중에 안하무인으로 떠들고 약한 애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체벌보다 더 무섭다"며 "예전엔 선생님들이 제지 했지만 체벌 전면 금지가 발표된 이후론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B여중 3학년 김미진(16)양도 "평소에도 체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체벌 전면 금지 조치 이후에도 별로 달라진게 없다"며 "오히려 지각하고 숙제 안 해와도 된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예상대로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K중 생활지도 담당 박성철(35) 교사는 "흡연이 적발된 아이들한테 이젠 벌점을 주는 방법밖에 없지만 그나마도 통하지 않는 애들이 훨씬 많은데,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J중 김종혁(40) 교사는"과제를 해오지 않거나 지각 하는 아이들을 제재하는 방법은 없어졌다"며 "학생들과 합의를 통해 팔굽혀펴기를 하는 등으로 지도해왔지만 이마저도 할 수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은 악의적 체벌은 당연히 금지돼야 하지만 상벌을 학생들 스스로 정하고 이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교육청 방침대로 벌점을 물리게 하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체벌 금지를 환영하면서도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중학교2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김순영(42ㆍ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이른바 '묻지마 체벌'이 사라지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수업 분위기를 해치는 등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제지할 수단이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체벌이 필요할만큼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많지 않지만, 이들을 방치하면 다수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며 "체벌 전면 금지 조치는 교사들에게 사실상 교편을 내려놓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전체 학교의 10% 정도에 설치된 성찰교실을 대폭 늘리고 생활평점제, 학생 자치법정 등도 시행토록 할 계획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통제 불능으로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해치는 경우 위탁형 대안학교로 보내 6개월에서 1년 정도 교육을 받게 할 방침"이라며 "현행 40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위탁형 대안학교를 최대 2,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내놓은 대체 프로그램 상당수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대책 없이 내놓은 체벌 전면 금지 지침이 현장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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