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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아버지가 쓴 가사 손보는 거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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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아버지가 쓴 가사 손보는 거 쉽지 않네요"

입력
2010.11.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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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아버지(박목월 시인)가 대한석탄공사 사가(社歌) 가사를 쓰기 위해 광부 옷을 입고 전국 곳곳의 갱도를 돌아다니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버지가 쓰셨던 가사에 제가 감히 손을 댈 수 있었던 것도 그 때 그 얼굴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죠."

1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대한석탄공사가 사가 가사를 다시 쓴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개사에 대한 소감을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대신했다.

박 교수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버지가 쓰신 글이나 가사에 내 흔적을 입힌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수 많은 글을 썼지만 이번처럼 힘든 적은 없었고 한 달 동안 죽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기업인 석탄공사는 그 동안 사가 바꾸기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석탄 하면 낡고 오래된 이미지가 강했고 사가 역시 1960년대 후반부터 30년 넘게 이어져 왔기 때문에 이를 바꾸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해봤다. 2년 전에는 직원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사가 공모전도 벌였지만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박 교수님께 제안을 드렸다"며 "시인이자 한국 문학 권위자이고 저작권도 갖고 있는 박 교수님께서 흔쾌히 받아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9월 석탄공사 측으로부터 개사 요청을 받았을 때부터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한참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그러나 "석탄공사가 환갑을 맞아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새로 태어나기 위해 사가의 가사를 바꿨으면 한다는 뜻을 전해왔고 이를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선친의 뜻을 이으면서도 현재의 감각에 맞게 가사를 만드는 일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가사를 쓰기 위해 직접 갱도를 다니고 광부들과 대화하시면서 광산은 광부들을 비롯한 산업 역군의 삶의 터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반면 나는 과거 우리 삶에서 쓰던 에너지원의 중심이었다가 지금은 변두리에 머물고 있는 석탄이 새로운 에너지원의 뿌리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돋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목월 시인이 쓴 가사에는 '착암기 잡은 손에' '항마다 발파소리''우리는 이 나라의 산업의 용사' '조국의 근대화에 이바지하자'등이 실려있는데 비해 박 교수가 개사한 가사에는 '땅에서 일어나 미래로 가자' '석공은 새로운 희망' '녹색의 소명' '풍성한 자원 조국'등이 담겨있다.

"아버지의 노력에 제 노력이 더해져 석탄공사의 발전에 작은 보탬이 되길 빈다"고 말하면서도, 박 교수는 "하지만 아버지의 글에 내 흔적을 덧입히는 작업은 다시는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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