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성범죄 특히 아동성범죄 전과자에겐 전자발찌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당혹하게 할만하다. 성범죄 전과자가 무슨 인권이 있느냐며 그들의 신원을 모조리 공개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더더욱 심기가 불편해질 영화다. ‘돌이킬 수 없는’은 충무로에선 드물게 전과자의 인권을 거론한다. 그렇다고 적지 않은 비난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는다. 용기 있게, 그러나 조심스럽게 섬세한 만듦새로 나지막하게 자기 주장을 펼치는 영화다. 전과자를 대할 때 편견에 휘둘리지 말자고. 우리의 편견이 만드는 오해가 어떤 비극을 부를 수 있는지 되돌아보자고.
한 전원마을에서 일곱 살 여자아이가 갑자기 사라진다. 원예업을 하던 아이의 아빠 충식(김태우)은 혼이 빠진 채 아이를 찾고, 단순 가출로 여기던 경찰들도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경찰의 시선은 최근 이사 온 한 집안의 청년 세진(이정진)에게 쏠린다. 웃옷의 단추를 끝까지 채우는, 숫기 없고 말수 없는 세진은 보기와 달리 아동성범죄 전과가 있다. 경찰은 그를 용의선상에 올려놓는데 충식도 우연찮게 세진의 과거를 알게 된다. 감정이 극단에 달한 충식은 세진을 범인으로 몰고 그의 신상을 마을에 공개하며 죄를 캐내려 한다.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면서 충식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세진과 그의 가족을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만들어 간다. 세진의 여동생이 근무하던 유치원엔 아이들의 발이 끊기고, 이성을 잃지 않던 경찰 용권(정인기)마저 광기에 휘둘린다. 용권과 그의 동료 경찰이 나누는 대화는 이 영화의 내용을 함축한다. “범인을 잡고 싶은 거예요. 저 XX(세진)를 잡고 싶은 거예요?” “너도 애 낳아서 길러 봐.” 세진의 가족이 이리저리 이사를 다니며 아무리 과거를 가리려 해도 세진의 주홍글씨는 지워지지 않는다. 세진의 돌이킬 수 없는 과거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과연 세진이 범인일까라는 물음표에 충식과 마을 주민의 편견 가득한 느낌표를 섞으며 서스펜스를 만들어간다. 숨이 턱 막힐 듯 잘 짜인 이야기는 아니나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가기엔 충분하다. 세진의 과거 때문에 고통 받고 서로 대립하는 가족의 씁쓸한 내면도 조밀하게 그려낸다. 역시나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시선이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호흡이 좋다. 호시탐탐 세진을 노리는 충식의 눈빛은 김태우이기에 더 광기 어려 보인다. 외모에만 의지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던 이정진은 전과자의 어두운 감성을 차분하게 잘 전달한다. 감독 박수영. 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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