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 정식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는 내년으로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그 동안 4만7,000건 이상의 진정과 30만 건이 넘는 상담과 민원이 접수되는 등 ‘인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설립된 국가기구’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인권위는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역할과 위상을 두고 내홍과 부침을 겪어야 했다.
인권위 설립의 시작은 1997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인권위원회설립준비단이 발족한 것. 이후 2001년 8월에는 조용환 변호사를 단장으로 8명의 시민사회단체원으로 구성된 인권위 설립기획단이 꾸려졌고, 그 해 11월 말 김창국 초대 인권위원장의 취임과 함께 정식 출범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인권위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수행하기 위해 입법 사법 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국가기구로서 독립해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다. 하지만 창립 당시 “독립기구로 둘 것이냐, 대통령 직속으로 둘 것이냐”를 두고 치열한 논란이 있었다. 2008년 현 정부 출범 후에도 대통령 직속 기구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관련 기관에 권고만 할 뿐 강제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돼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인권위는 지난 9년간 독립적인 국가기구로서 눈에 띄는 일을 해 왔다. 2003년 헌법재판소에 “호주제는 위헌이며 인권침해”라는 의견을 제출해 2년 후 호주제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는데 기여했고, 사형제 폐지, 공무원 채용시 나이제한 철폐, ‘살색’ 용어 시정 등의 권고도 대표적인 활동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 현병철 위원장의 취임과 더불어 역할과 위상이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는 게 인권위 안팎의 진단이다. 더불어 행안부 직제개편안을 통해 208명의 직원이 164명으로 줄어드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한 인권위의 권한쟁의심판청구에 헌법재판소는 지난 주 각하 결정을 내렸다.
조직 축소 등에 반발한 안경환 전 위원장은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는 발언을 남기고 지난해 임기 석 달을 앞둔 시점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현 위원장이 그 자리를 대신해 5대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현 위원장 취임 한 달 뒤 아시아인권위원회(AHRC)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에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등급을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 인권위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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