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사진)의 데뷔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가 세상에 난 지 1일로 꼭 20년이 됐다. 이듬해 이 곡을 타이틀로 낸 첫번째 앨범은 158만장이 팔려 나갔고, 그 후로 오랫동안 신승훈은 가장 인기 있는 싱어송라이터의 자리를 지켜왔다.
이날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20주년 기념 앨범 '신승훈-베스트 컬렉션&트리뷰트'를 공개하면서 그는, "오늘은 유재하 선배가 돌아가신 지 23년, 김현식 선배가 돌아가신 지 20년 되는 날"이라고 말머리를 뗐다.
"5집 이후 앨범에 'thanks to'를 안 실었어요. 하지만 오늘은 감사한 분들 얘기를 먼저 하고 싶네요. 조용필, 유재하, 김현식 세 선배는 내게 너무도 많은 길을 열어 준 멘토들이었어요. 멘토는 별다른 것을 전해주지 않더라도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존재인 것 같아요. 이제 내가 그런 역할을 해야겠죠."
그는 '인간 신승훈'의 20년과 '가수 신승훈'의 20년을 분리해 얘기했다. 먼저 "뻔뻔한 승훈씨 버전"으로 들려준 가수 신승훈 부분. 10장의 정규앨범이 모두 발표된 해의 골든 디스크로 뽑히고, 그 흔한 CF 출연 한 번 하지 않고 음악 한 길만 걸었으며, 아이돌 그룹에 앞서 해외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거둔 점을 꼽으며 그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간 신승훈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박했다.
"글쎄요. 한 30점 정도? 창작의 고통은 익숙해졌는데 외로움은 여전히 견디기 힘든 고통이에요.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고 소문나 있지만 사실 집 밖에 잘 안 나가는 성격인데다 한 길만 달려와서 그렇게 비쳤을 겁니다. 인간 신승훈에게 '미안하다'며 다독이며 그렇게 살아왔는데, 날 너무 가둬놔서인지 몇 해 전부터 노래 가사를 못 쓰겠더라고요. 이제 인간 신승훈에 대한 배려도 하며 살려고요."
신승훈은 이날 책임감, 사명감이라는 낱말을 반복해 썼다. 한 번도 다른 가수에게 곡을 준 적이 없는 그는 이번 기념 앨범 제작 과정에서 후배들이 부른 자신의 노래를 듣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앞으론 작곡가의 역할, 프로듀서의 역할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는 그는, 최근 끝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Mnet)와 5일 방송을 시작하는 '위대한 탄생'(MBC)에 적잖은 의미를 뒀다.
"예전엔 주말 오후 7시만 되면 가수들이 노래하는 프로그램이 채널별로 하나씩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설 자리가 사라졌죠. 그런데 '슈퍼스타K 2' 이후 통기타 판매량이 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가능성을 느꼈어요. 난 모진 말을 못하는 성격이라 이 프로그램 심사 제의를 거절했는데, '위대한 탄생' 심사는 고민하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에선 멘토 역할도 맡게 된다니까."
신승훈은 27일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11개 도시 투어와 미국, 중국, 호주 공연 등을 쉬지 않고 이어갈 계획이다. 공연의 타이틀은 '더 신승훈 쇼, My Way'. "그 동안 음악 스타일이 다 똑같다는 말도 많이 들었죠. 지난 20년 동안 하나의 붓을 들고 내 색깔을 칠해 왔다면, 이제 다른 붓을 들 차례가 됐어요. 신승훈은 여전히 'ing(진행 중)'입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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