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 초 스페인 세비야의 대주교 이시도루스가 쓴 백과사전 은 인간의 삶을 유아기(0~7세), 소년기(7~14세), 청년기(14~28세), 장년기(28~50세), 중년기(50~70세), 노년기(70세 이후)로 분류했다(조르주 미누아의 ). 당시 영아사망률이 높아 평균 수명은 낮았지만,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은 낮지 않았다. 헝가리의 중세(10~12세기) 묘지를 조사했더니, 사망자 연령이 50대 13.7%, 60대 9.7%, 70대 이상 3.4%였다. 중세에 비해 평균 수명이 2배 이상 늘었지만, 우리의 노인 기준은 아직 65세 이상이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젊은 조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주목된다. 그는 지난달 "어떤 시대건 조직은 젊어져야 하고 젊게 해야 한다"고 했고, 지난주 말에는 "21세기는 세상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판단이 빨라야 하고 여행과 출장을 많이 다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이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한다. 장남인 이재용(42) 삼성전자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킴과 동시에 40대 젊은 임원들을 전진 배치함으로써 후계구도를 앞당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 삼성은 지금도 젊은 조직이다. 컨설팅업체 아인스파트너의 최근 조사 결과, 삼성전자 임원진의 주축은 '이공계 출신 1960년대 생ㆍ40대'를 지칭하는 '이육사' 세대였다. 전체 임원 888명 중 이육사 세대가 60%나 됐고, 평균 연령은 49.9세에 불과했다. 대기업의 임원 경쟁률이 100대 1이라고 하니, 7세기 초의 기준을 적용하면 대다수 직원이 장년기에 은퇴하는 셈이다. 태광이나 SK그룹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면 기존 경영진이 동반 퇴진하게 되고, 삼성은 더욱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 이시도루스는 장년기를 '왕성한 기운', 중년기를 '무거움'에 비유했다. 흔히 청ㆍ장년은 힘과 용기, 중년은 경험과 권위, 노년은 쇠퇴를 상징한다. 하지만 젊음과 늙음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잉글랜드의 '사자심왕' 리처드 1세의 어머니 엘레오노르는 자식들의 혼사를 위해 71세에 알프스 산맥을, 80세에 피레네 산맥을 넘었다. 베네치아 총독 엔리코 단돌로는 97세의 나이에 제4차 십자군 원정에 참여, 콘스탄티노플 공격의 선봉에 섰다. 젊은 조직은 고령화 사회에 맞지 않는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다가오는데, 지혜와 분별력을 상징하는 중년기가 중세보다 더 짧아진다는 것은 비극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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