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전 회장을 정점으로 20년 가까이 구축됐던 신한금융지주(신한은행 시절 포함)의 지배체제가 1일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대신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까지이기는 하지만 류시열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라 전 회장의 빈자리를 맡아 신한금융의 새로운 후계구도를 모색하게 됐다.
라 전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태평로 신한금융 본사에서 이임식을 갖고 1991년 이후 지켜온 대표이사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라 전 회장은 이임사에서 “신한웨이를 바탕으로 찬란한 신한 문화를 다시 한번 꽃 피우는 한편, 류 대표이사 대행을 중심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새롭게 도약해 주기 바란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라 전 회장은 또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이 지난 30여년간 남달리 건전하고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신한의 정통성을 목숨처럼 지켜왔기 때문이며, 이 정통성은 기필코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의 퇴임 이후 금융당국 입김에 따라 차기 경영진이 외부 인사로 꾸려질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라 전 회장은 A4용지 4쪽 분량의 이임사 말미에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며 눈시울을 적셨고,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감정을 이기지 못한 듯 눈물을 보였다. 반면 최근 라 전 회장과 대립 관계인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은 이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류 대표이사 직무대행의 취임식은 이임식 직후 곧바로 열렸는데, 그는 지난달 30일 열린 이사회 결의에 따라 이날부터 회장으로 불리게 된다.
류 회장은 취임사에서 “2만2,000여명 신한금융 가족과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그룹의 새로운 전진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데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한의 가치와 전통 계승 ▦고객과 시장으로부터의 조기 신뢰 회복 ▦경영권 누수 방지를 3대 과제로 제시하며 “맡은 바 직무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여러분을 지원하는 일상적 경영관리와 함께 차기 경영진 선임 과정이 선진적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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