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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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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인권위

입력
2010.11.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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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유남영(50) 문경란(51) 상임위원(차관급)이 1일 현병철 위원장의 조직운영 방식에 항의하며 동반사퇴했다. 두 위원은 이날 오전 위원장과 상임위원 3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현 위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임기를 두 달 가량 남긴 유 위원(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지명)과 내년 2월 임기를 마치는 문 위원(한나라당 추천)이 동반사퇴라는 비상의 카드를 꺼낸 것은 '고사(枯死) 단계에 있는' 인권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당사자들은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출신인 유 위원은 공권력 등에 의한 인권침해를, 중앙일보 여성전문기자 출신인 문 위원은 여성ㆍ연예계 인권관련 정책을 다뤄왔다.

유 위원은 사퇴의 변에서 "국가인권기구는 어떤 집권세력과도 인권보호를 위한 긴장과 인권증진을 위한 협력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갖고 있다"고 전제한 뒤 "지금의 인권위는 국가기관의 사찰활동 등 권력에 대한 감사활동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위원은 또 "이름과 무늬뿐인 국가인권기구를 일컬어 형식적 제도로 작용하는 '알리바이 기구'(alibi institution)라 부른다"며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추락의 바닥이 어디인지를 지켜봤는데 현 집권 세력의 인권에 대한 무관심과 경시에서 유래했다"고 말했다.

문 위원도 "최근의 상황은 안타까움과 절망의 시간"이라는 말로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문 위원은 "권력에 대해 쓴소리를 하라는 게 인권위의 탄생 이유이자 존립 근거"라며 "현 위원장은 인권이란 잣대가 아니라 권력기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지 아닌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위원의 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인권위 내부는 지난해 임기를 남겨두고 사퇴한 안경환 전 위원장을 떠올리며 충격에 휩싸였다. 일부 직원은 이날 사퇴 소식이 알려진 뒤 낸 성명서에서 "두 상임위원의 사퇴는 난파선처럼 흔들리는 인권위에 대한 마지막 경고"라며 "인권위가 신뢰받는 기관으로 부상하느냐, 의미 없는 주변인으로 몰락하느냐는 인권위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과 지도부 처신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도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새사회연대는 논평에서 "인권정책이 부재한 이명박 정부와 현병철 체제에서 인권위는 뼈만 남은 '좀비'가 되고 말았다"며 "국회는 인권보장 체계를 다시 수립하기 위한 논의를 즉각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대안적 차원의 인권전담기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인권위 출신 한 인사는 "정책 제안, 인권 담론 이슈화,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네트워킹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을 구상하고 있다"며 "두 위원의 사퇴가 이 일과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두 분과도 의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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