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형편이 어려우니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한부모 가정이 되도록, 부모의 이혼을 허락해 달라고 한 15세 소녀의 호소(본보 10월28일자 14면) 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이주영 판사는 1일 A(중3)양의 어머니가 연락이 끊긴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이들의 이혼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A양 부모의 혼인 관계는 사실상 파탄난 것으로 보이므로 두 사람은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민법상 3년 이상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이혼사유로 인정하고 있으나, 3년 미만이라도 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이 났다면 이혼을 허가하고 있다.
A양의 아버지는 2008년 빚을 갚겠다며 일자리를 찾아 지방으로 떠났고, 지난해 12월부터 아예 연락이 두절됐다. 그사이 A양의 어머니는 편의점 등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며 한 달에 150여만원을 벌어 4남매와 시어머니를 부양해 왔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가에서 지원받는 것은 넷째 동생 앞으로 들어오는 10만원과 A양이 학교에서 지원받는 무료급식, 장학금 10만원이 전부였다.
결국 A양의 어머니는 남편을 상대로 지난 6월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맏딸인 A양은 재판부에 “한부모 가정이 되면 정부가 대학교까지 지원해준다고 알고 있다”며 부모의 이혼을 바란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시어머니도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의 이혼을 받아주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다.
한편 이번 재판은 A양의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아 공시송달(소송서류를 일정기간 공시함으로써 송달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법)로 진행됐다. A양의 아버지가 불복할 경우 항소할 수 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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