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으로 선수들을 가르치던 시대는 지났다. 지도자들은 이제 야구 기능인이 아닌 과학적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 이광환 베이스볼 아카데미 원장의 말이다. 이 원장의 지적대로 한국 야구계는 국내 최고의 인기스포츠에 걸맞은 전문적인 야구지도자 양성이 절실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대한야구협회(KBA)의 야구지도자 전문 교육프로그램인 ‘베이스볼 아카데미’가 드디어 유소년 야구지도자반 수업을 시작으로 1일 서울대에서 닻을 올렸다. 현장의 분위기는 매우 뜨거웠다. 수업 첫날이라 아직까지는 대략적인 과목 소개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눴지만 열기만큼은 어느 대학 강의 못지 않았다.
이날 오리엔테이션 진행을 맡은 이알참 베이스볼 아카데미 사무국장은 “수강생들이 벌써부터 질문 공세를 하는 등 수업 분위기가 매우 좋다. 40명으로 인원을 한정한 게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스볼 아카데미는 유소년 야구지도자반, 고교∙대학 야구지도자반, 프로야구 지도자반 과정으로 나눠져 있다. 교육 내용은 야구 영어, 스포츠심리학을 포함한 스포츠 과학, 야구팀 경영 등으로 4주간 총 120시간 동안 90여 명의 교수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교수진에는 서정환 전 KIA 감독, 김용달 전 LG 타격코치, 최영주 SBS 아나운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광환 원장은 “앞으로는 해외 지도자 파견, 국가대표 코칭스태프, 프로와 아마 지도자 선임에도 자격증 취득 여부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격 없는 지도자는 야구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한다는 게 베이스볼 아카데미의 확실한 목표인 셈이다.
물론 변화에 모두가 박수를 보내는 것만은 아니다. 현장에서는 베이스볼 아카데미 도입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도 사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가르치려는 사람들이 배우는 걸 포기한다면 죽은 지도자나 다름없다. 야구계도 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코치 교육뿐만 아니라 프런트 업무, 심판, 기록원 교육까지 포함하는 명실상부한 ‘야구전문가 사관학교’로 키워가는 게 베이스볼 아카데미의 장기적인 계획이다.
유소년 야구지도자반의 첫 수강생인 김주현(40) CMS 여자실업야구단 감독은 “일선야구지도자들도 배워야 가르칠 수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체계적으로 손쉽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겨 기쁘다.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카데미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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