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한 성당에서 예배를 보던 신도 120여명이 알 카에다 연계조직에 인질로 붙잡혔다가, 성당 내에서 폭탄테러와 총격전이 벌어져 이들 인질과 보안군, 무장반군 등 최소 52명이 사망하고 67명이 다쳤다.
31일(현지시간) 저녁 바그다드 '구원의 성모 마리아'가톨릭 교회에 무장세력이 진입, 신도들을 붙잡고 4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였다. 무장세력은 이날 앞서 인근 증권거래소를 공격해 경비원 2명을 사살한 뒤 경찰에 쫓겨 이 교회로 난입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무장세력이 성당 내에 진입하며 폭탄을 던지고 총을 쏘는 과정에서 발생했고, 이라크 보안군의 진압과정에서도 일부가 희생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성당 신부 1명과 경찰 10명, 인질 다수가 숨졌으며, 많은 여성들이 부상했다.
사건 직후 압둘 카데르 오베이디 이라크 국방장관은 "모든 증거들을 종합할 때 알 카에다 소행이 유력하다"며 "무장세력들이 이라크와 이집트에 수감된 조직원들 석방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알 카에다 연계조직이자 이슬람 수니파가 포함된 '이라크 이슬람 국가'는 사건 발생 직후 웹사이트에 "분노한 무자헤딘(이슬람 전사)들이 더러운 우상의 소굴을 습격했다"며 "이슬람으로 개종하려 했다가 이집트 교회에 수감된 두 명의 여성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48시간 안에 석방하지 않을 경우 인질들을 죽이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수백개의 교회에 있는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우리의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의 기독교인은 한때 125만명에 달했으며 이들 가운데 80%는 가톨릭 신자였다. 그러나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87만명으로 줄었고, 아직도 이슬람 무장세력의 지속적인 테러 대상이 되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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