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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별을 쏜다] 도마의 신 계보를 잇는 양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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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별을 쏜다] 도마의 신 계보를 잇는 양학선

입력
2010.11.0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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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하고 신나는 음악 소리와 굵은 땀방울이 체조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달려온 힘에 이은 도약으로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서너 번의 공중제비를 선보인 뒤 여유롭게 착지하는 동작은 ‘물찬제비’를 연상케 한다. 태릉선수촌 체조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신나는 댄스 음악처럼 ‘도신(도마의 신)’ 양학선(18ㆍ광주체고)의 날쌘 몸놀림은 경쾌함 그 자체다. 160㎝도 되지 않는 작은 체구지만 매서운 눈매가 돋보이는 양학선은 세계대회 출전 경험을 토대로 아시아 정복을 자신하고 있다.

‘금메달 착지’로 세계대회 아쉬움 만회

한국 도마의 기대주 양학선은 지난 달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기계체조선수권 남자 도마 결선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첫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영광을 맛볼 수 있었지만 착지에서 실수를 범해 4위에 머물렀다. 1ㆍ2차를 합산해 16.266점을 받은 양학선은 1위 토마스 부엘(16.449점)과 불과 0.2점의 격차도 나지 않았다. 양학선은 2차 시기 착지에서 중심을 잃은 탓에 16.133점을 받는 데 그쳐 금메달 꿈이 달아났다. 특히 그는 남자 단체전 결선에서 16.666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던 터라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그는 “마지막 실수가 잘 때마다 생각난다. 1위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앞서 경기를 펼쳤던 프랑스 선수가 연기를 잘 소화하는 바람에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10대 양학선은 세계대회 첫 출전에 대한 중압감을 두둑한 배짱으로 극복,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국제체조연맹의 기술위원장은 “양학선의 기량은 세계 1,2위를 다툰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로 인해 양학선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그는 “착지만 잘 한다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무난하다. 세계대회에서는 다소 급한 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여유를 가지고 잘 해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독창적인 기술로 세계정복 꿈

한국의 ‘도신’ 계보는 유옥렬-여홍철-양학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양학선은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 7월 양학선은 세계 최초로 세 바퀴 반을 옆으로 트는 7.2점 기술을 선보이며 주목 받은 바 있다. 그는 “7.2점의 기술은 성공률이 아직 완전치 않기 때문에 세계대회에서 펼치지 않았다. 7점(옆으로 세 바퀴 돔) 기술로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가능하다”며 “만약 7.2점 기술을 반드시 펼쳐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기술로 ‘금메달 착지’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옆으로 세 바퀴 비트는 기술은 일명 ‘여2’라 불린다. 여홍철이 만든 기술이라 성을 따서 ‘여1’, ‘여2’가 붙었다. 양학선은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 개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는 “7.2점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건 한 명뿐이다. ‘양1’, ‘양2’와 같은 이름이 붙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러한 독창적인 기술은 멀지 않아 세계 정복의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양학선은 “내년부터는 7.2점 기술을 완벽히 구현해 세계무대를 노크할 것이다. 도마 연기는 30초 안에 승부를 봐야 하는데 이 시간 안에 모두를 감동시키고 싶다”며 “세계선수권 단체전 결선에서 그랬듯이 연기를 끝냈을 때 ‘됐다’는 가슴의 울림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10대 소년 ‘도신의 역사’는 이제 그 서막을 열고 있다.

김두용기자 enjoyp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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