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하늘에 총총히 박혀 있는 별들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이 별들은 언제부터 왜 그렇게 있는 것인가, 이 지구는 그리고 거기서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인가.
나는 천문학에 문외한인데 다시 태어난다면 천문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일이 있다. 우주의 우(宇)는 공간이며 주(宙)는 시간이다. 참고서적을 보면 우주는 150억 년 전에 그리고 태양계는 46억 년 전에 생겨난 것이라 한다. 도대체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 이 우주에는 우리가 보는 은하계와 같은 것이 1천억 개가 있고 각 은하들은 평균 200만 광년의 거리에 있으며 각 은하에는 각각 1천억 개쯤의 별들이 있다고 하니 도대체 이 공간과 시간의 시작과 끝은 무엇이며 그 정체는 어떤 것인가.
그렇다면 이 웅대한 자연 질서에서 말 할 수 없이 미세한 부분인 ‘나’ 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이 우주의 공간과 시간에서 내가 한평생 살면서 발을 딛는 그 좁은 공간과 100 년도 안 되는 시간이, 그리고 내가 태어나고 죽고 하는 것이 이 우주의 큰 질서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나의 삶을 뒤돌아보면 어려움 이겨내고 열심히 산다고 노력해 왔지만 잘한 일보다 잘 못한 일이 더 많고 성취보다 실패가 더 많았다는 생각이다. 좀 더 우주의 큰 이치에 순응하고 남과 사회를 위한 삶 그리고 좀 더 겸허한 삶을 살았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 어떠한 고난과 아픔도 병과 죽음도 이 우주의 큰 질서이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맞이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우리 국민들 가운데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지난날에는 그러한 생활방식이 절대빈곤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우리가 잘 사는 좋은 사회를 이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경제가 성장해도 실업은 늘어나고 빈부격차는 커지고 사회갈등은 깊어지게 될 것이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우리 모두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성장을 해야 한다. 노사는 하나가 되고 일자리는 나누고 실업이 생기면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하며 여기에 부유층과 지도층이 솔선해야 한다. 빌 게이츠가 그의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내놓으면서 부유층이 빈곤층의 어려움을 대변해 주지 않으면 자본주의 사회는 위기에 봉착한다고 한 말을 우리는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시대적 환경변화에 대해 우수한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장래는 매우 밝다고 생각한다. 골드만삭스는 2007년과 2009년 보고서를 통해 통일 한국이 2050년이 되면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을 제치고 미국다음의 고소득 국가가 될 것이라 했는데 앞으로 우리 하기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나는 농촌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활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저축은 마련했다. 이것은 그 동안 근검하여 모은 것을 적금에 불입하듯 오래 전부터 장기금융저축을 해서 이룬 것이다. 나는 평생 부동산에 손댄 일이 없으며 그 흔한 아파트 청약도 해본 일이 없다. 이렇게 모은 나의 저축은 나의 여생을 보내고 남으면 모두 소외되고 그늘진 곳으로 보낼 것이다. 마침 내가 나온 김제 농촌의 백석초등학교 김용규 교장으로부터 도서실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을 듣고 우선 도서관을 지어주기로 했다. 도서실 공연실 전시실 등을 갖추게 될 이 사업은 그 동안 설계를 마치고 지금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내 유산의 사회 환원 계획은 30여 년 전부터 가족들에게 다짐해온 것이다. 빈곤문제는 공동체가 함께 대처해야 하고 자본주의정신을 바르게 구현하자면 재산당대 제도를 지향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부유층일수록 유산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얼마 되지 않는 것이지만 이것을 사회에 내놓겠다는 것은 이러한 나의 뜻을 실천하고자 함이다. 이것이 우주의 큰 질서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은 총재 재임 중에는 내가 받은 급여와 퇴직금의 2할 정도는 가난한 이웃들, 그리고 농촌지역의 소외된 학교와 소년원 등 복지시설에 보내 왔는데 퇴임 후에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나의 장기를 기증코자 수년 전 알아보았는데 나이가 많아 안구 이외에는 기증할 수 없다고 하여 안구만 기증키로 서울대병원에 등록되어 있다. 내가 죽은 뒤 나의 두 눈이 누군가를 밝게 하는데 쓰여지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이제 작년 7월 10일부터 1년 이상 매주 화요일에 연재해온 이 회고록을 오늘로서 마무리 하고자 한다. 뒤돌아 보니 고쳐야 할 부분도 있고 누락도 많은 것 같다. 거명된 인사들에게 누를 끼치지나 않았나 하는 두려움도 있다. 그 동안 연재된 내용들은 전반적으로 보완하고 수정하여 라는 이름의 책으로 한국일보사에서 연내에 펴내기로 하였다. 그 동안 보잘것없는 이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 드리는 바이다.
독자 여러분의 성취와 가정의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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