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화류(華流)’가 나타나는 걸까. 위안화 강세, 내수 확대 등으로 중국에 거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10월 이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가가 시장 수익률을 압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1일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14곳인데, 10월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 14개 업체 중 가장 늦은 9월15일 코스닥에 상장된 태양광업체 성융광전(10월29일ㆍ6,900원)은 10월 한 달 130%나 올랐다. 공모가(2,800원) 대비 수익률은 146.43%인 셈이다. 또 국내 상장 1호 중국기업인 3노드디지탈도 10월에 73%나 상승했고, 차이나킹(48.8%)과 중국원양자원(34.7%) 등 대부분 기업이 20%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률(6.8%)보다 3배나 높은 수치다.
불과 두 달 전인 8월까지만 해도 ‘중국’이라는 딱지는 이들 기업에게 디스카운트 요소였다. 초기 한국 증시를 노크했던 기업 가운데 일부가 불투명한 경영과 저조한 실적으로 외면을 받은 이후 다른 업체들까지 ‘믿기 힘들다’는 오해를 산 것이다. 실제로 9월말 기준 14개 중국 기업 가운데 10개사는 주가가 공모가격을 밑도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상황 반전으로 10월에만 5개 업체가 공모가 회복에 성공한 것은 글로벌 환율 전쟁의 와중에서 중국 내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요컨대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순식간에 ‘차이나 프리미엄’이 된 것이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중국 내수 시장과 직결된 의류ㆍ신발, 수산업, 제지, 건강식품 등 소비재를 취급하는 중국 기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박가영 연구원은 “중국 기업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데다가 위안화 절상, 중국 내수 성장 등에 대한 기대로 최근 성장성까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증권사는 이런 관점에 따라 차이나그레이트(스포츠용품), 차이나킹하이웨이(건강식품), 차이나하오란(제지), 중국식품포장(금속캔용기) 등을 유망종목으로 추천했다
교보증권 김동하 연구원도 “올 연말에는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중국 발(發)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결과적으로는 위안화 절상과 그에 따른 중국의 내수 팽창으로 이어질 것인 만큼, 중국소비 관련주의 대표격인 국내 상장 중국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보증권은 이스트아시아스포츠(스포츠용품)를 유망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장기 성장성이 높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최근 관련 기업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당분간 추가 상승여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10월 중 주가가 23%나 오른 중국식품포장은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에서 10.2배로 뛰어오르는 등 한국 업체와 비교해도 저평가 매력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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