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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서양의 맛' 이색 풍경화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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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서양의 맛' 이색 풍경화 전시회

입력
2010.10.3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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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만나는 풍경이 예술가의 눈과 손을 통해 어떻게 새롭게 태어나는지를 지켜보는 즐거움을 주는 전시 둘이 동시에 열린다. 전통적 재료와 화법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 감성을 더한 한국화가의 실험정신, 그리고 단순한 색과 형태의 산 그림을 그리는 데 평생을 바친 원로화가의 열정이 풍경화 속에 오롯하다.

박병춘 ‘산수컬렉션’전

3일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개막하는 한국화가 박병춘(44)씨의 개인전 ‘산수컬렉션’전에서는 마치 폭포 소리가 들릴 것 같다. 7m 높이의 천장에서 바닥에 설치된 검정색 수조 위로 흰색 천이 쏟아지고 있고, 나무 패널에 먹으로 그린 강원 영월과 정선의 풍경이 폭포 주위를 감싸고 있다. 박씨가 지난 1월 히말라야 트레킹 중에 봤다는, 곧게 떨어지는 거대한 하얀 폭포의 모습을 우리 풍경과 결합해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회화와 설치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한국화가 얼마나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하 전시장 바닥은 온통 검정색 비닐봉지로 가득하다. 구겨진 비닐봉지들이 겹쳐지고 쌓여 산의 능선 모양을 이루고 있고, 그 위로 빨간색 모형 비행기가 날고 있다. 비닐봉지 더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늦은 밤 비행기를 타고 산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06년 인도 여행 중 그린 드로잉을 주위에서 쉽게 버려지는 일회용 재료로 재현한 ‘비닐산수’다.

‘산수 채집’은 여행 중에 주워 모은 작은 돌 100여개를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작품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돌 위에 폭포, 낚시하는 사람 등이 검은 붓으로 그려져 있다. 각기 다른 돌의 모양새 하나하나가 마치 자연을 축소시켜 놓은 것 같다. 버려진 테이블을 청테이프로 칭칭 감싼 뒤 그 위에 작은 돌 하나를 살짝 올려놓은 작품에는 ‘섬’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수많은 검정색 점과 선으로 이뤄진 회화 작품들에도 작은 노란색 소파 하나, 빨간색 차 하나 등을 살짝 그려넣어 재미를 더했다.

박씨는 “한국적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한국화의 범위를 더 확장시킬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했다”면서 “한국화도 공간과 만나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2월 3일까지. (02)736-4371

김영재 ‘노르웨이 풍경화’전

서양화가 김영재(81)씨는 40여년 간 오직 산을 그려 ‘산의 화가’로 불린다. 1970년대부터 국내의 산들은 물론, 히말라야와 킬리만자로, 안나푸르나 등을 직접 답사하며 산의 푸르고 맑은 기운을 화폭에 담아왔다. 4일부터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5년 만에 여는 개인전에서는 노르웨이를 테마로 한 풍경화 40점을 선보인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지형과 설산의 웅장한 풍경이 코발트 블루의 청량한 색채와 단순한 형태로 재탄생했다.

전 세계의 산을 그려온 그는 노르웨이 풍경의 매력을 “산과 물의 조화”라고 설명했다. 그는“해발 1,500m가 넘는 큰 산 바로 앞으로 바다가 지나가면서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며 “1970년대부터 여러 차례 노르웨이에 스케치를 하러 갔지만, 여전히 탐구할 풍경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그가 지난해 겨울 디드릭 톤셋 주한 노르웨이 대사의 초청을 받아 12일 간 노르웨이를 여행한 후 그린 것이다. 우연히 김씨의 풍경화를 보고 반해 그를 초청하고 안내까지 했다는 톤셋 대사는 “김영재 화백이 그린 푸른빛의 풍경화는 내가 생각하는 노르웨이의 이미지를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추상과 구상이 어우러진 멋진 그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산을 늘 파랗게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알프스나 지리산 등을 새벽에 멀리서 바라보면 주위의 공기 때문에 파랗게 보입니다. 내 눈으로 본 산의 색 중 가장 강렬한 것이 코발트 블루였기에 최상의 색으로 그리는 것이죠. 청산은 산 자체의 색이라기보다는 내 마음의 색입니다.” 전시는 20일까지. (02)734-0458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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