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TV ‘인간극장’이 전남 여수시 금오도의 한복연(73) 할머니 이야기 ‘어머니의 바다’ 편을 1~5일 오전 7시 50분에 방송한다.
여수에서 뱃길로 한 시간 거리에 자라를 닮은 섬 금오도가 있다. 한복연 할머니는 50여년 전 이 섬으로 시집 온 뒤 스물셋 늦은 나이에 물질을 시작했다. 3남매를 제대로 키우고픈 마음에 10kg의 납덩이를 허리에 달고 험한 바다 속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렇게 세 자녀를 공부시켜 모두 뭍으로 내보냈지만 지금 할머니 곁에는 막내아들네가 돌아와 살고 있다.
이십대 초반에 여수로 나가 가정을 꾸리고 전자제품 대리점을 운영하던 막내 춘만씨는 할머니의 가장 큰 자랑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그는 빚을 떠안은 채 금오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섬에서 나고 자랐지만 낚싯줄 한 번 제대로 만져본 적 없었던 춘만씨는 낙향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밤낮으로 바다로 나가 고기그물을 올리는 어부가 됐다. 거친 파도를 겪으며 그는 어머니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해왔는지 절감한다.
춘만씨의 처 혜자씨도 섬 생활에 적응했다. 시어머니가 계신 윗집과 내외가 생활하는 아랫집을 수시로 오가며 아궁이에 불을 넣어야 하는 고된 생활이지만, 혜자씨는 ‘나만 부지런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금오도에 와서 깨달았다. 늘 아들보다 며느리를 먼저 챙기는 시어머니에 감사하며 산더미 같던 빚도 착실히 갚아가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섬에서 자란 춘만씨의 아들딸도 무구한 모습이다. 학용품 하나라도 살라치면 배를 타고 한참을 나가야 하지만, 직접 딴 굴을 굽고 무화과를 다디단 케이크인 양 먹는 오누이의 얼굴엔 뭍의 아이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함이 있다. 그러나 바다에서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할머니는 내일이라도 아들네가 다시 뭍으로 나가기만을 바란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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