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희진(34)씨가 지난달 등단 3년 만에 낸 첫 장편소설 (민음사 발행)은 추리소설, 판타지 등 장르를 뒤섞으며 빼어난 이야기 솜씨를 보여준다. 기자 강인한이 은둔을 고집하는 인기 소설가 고요다의 저택에 틈입해 갖은 술책으로 그녀를 인터뷰하는 과정을 그리며 소통 (불)가능성이라는 주제를 탐문하는 방식도 세련됐다.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흡인력을 더하는 작가 김씨의 필력도 인상적이다.
이처럼 완성도 높은 첫 장편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씨에겐 특별한 문학적 도반이 있다. 일란성 쌍둥이 언니인 소설가 장은진(본명 김은진)씨다. 동생보다 3년 앞서 2004년 등단한 그는 그동안 장편소설 두 권과 소설집 한 권을 펴내며 성과를 인정받았고, 특히 두 번째 장편 로 지난해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다. 현재 인터파크 웹진에 나란히 장편을 연재하고 있는 이들 자매는 고향 광주에서 한 집에 살며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남도 사투리가 정겨운 이들 자매와 지난달 29일 가진 인터뷰를 두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김희진(이하 희진)= 나는 국문학, 은진이는 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3학년 때 창작수업 과제로 단편을 쓰고 있는데 은진이가 계속 쳐다봤다. 몹시도 질투하는 눈빛이기에 지나가는 말로 “너도 한 번 써봐” 했더니 곧바로 다음날 A4 한 매 분량을 써서 주더라고.
▦장은진(이하 은진)= 그냥 쳐다본 거였어. 아무튼 희진이네 교수님이 내 글을 읽고 가능성이 보인다고 하셔서 소설을 계속 쓸 용기를 얻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작품이었는데 교수님 덕담이 사람 하나 살린 셈이다.
▦희진= 우리 식구들 중 작가가 나온다면 네 살 위 언니일 줄 알았다. 문예지도 즐겨 읽고 우리집 책장을 전부 자기 책으로 채웠다. 언니 일기를 훔쳐본 적이 있는데 무슨 시 같았다. 언니는 디자이너가 됐는데 알아주는 파워블로거이기도 하다.
▦은진= 장은진이라는 필명은 등단할 때부터 썼다. 이름까지 바꾸려다가 다른 이름으로 불리면 어색할 것 같아 성만 바꿨다. 작가로 ‘길게’ 가자는 뜻도 담았다.(웃음) 희진이도 등단했으니 내가 필명 만들길 잘했다. 이름 보고는 우리가 자매인 줄 모르니까.
▦희진= 은진이보다 등단이 늦었지만 초조하거나 우울한 건 없었다. 딸 둘이 글 쓴다고 집에 틀어박혀 있으니까 부모님이 반기지 않으셨다. 둘 중 하나라도 빨리 성과를 내는 게 우선이었다.
▦은진=예 전엔 한 방 쓰면서 긴 책상에 나란히 앉아 글 썼는데, 1년 전부터 나는 방에서, 희진이는 거실에서 작업한다. 한쪽이 자판을 세게 치면 다른 쪽이 성질을 내니까. “작품 잘 나간다고 자랑하냐”고.(웃음)
▦희진= 이번에 을 내면서 둘이 대판 싸웠다. 소설에 고양이가 200마리쯤 나오는데 숫자로 이름을 붙였다. ‘고양이 56’ 하는 식으로. 그런데 은진이가 이걸 바꿔달라는 거다. 자기 소설 의 주인공도 여행 중 만난 사람들에게 숫자를 붙이니까, 설정이 겹친다는 거지. 안 그래도 같은 이유로 몇몇 내용을 고쳤던 터라 ‘그건 절대 양보 못한다’고 버텼다.
▦은진= 경험, 좋아하는 작품 등을 공유하다보니 우리 둘은 발상이 비슷한 것 같다. 경험이 아니라 상상으로 쓰는 소설을 선호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렇다 보니 작품 쓸 때 아이디어가 겹치는 경우가 있어서 서로 조율한다. 소설이 닮았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둘 다 조심한다.
광주=글ㆍ사진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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