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가장 주목받는 담론 중 하나가 여성의 시대, 여성의 리더십이다. 저명한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21세기 사회변동의 핵심은 여성”이라고 단정할 정도다. 여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힘이 아니라 지식을 기반으로 한 21세기는 여성의 섬세함과 유연성,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각되는 시대”(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라는 것이다. ★관련기사 3면
패러다임 변화는 곳곳에서 가속화하고 있다. 한 나라를 이끄는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가 14개국 15명에 이르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메리 매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은 수년째 자기 나라를 이끌고 있으며 금융위기로 파산상태가 된 아이슬란드의 국민들은 지난해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여성 총리를 해결사로 선택했다. 올해에만도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 마리 키비니에미 핀란드 총리 등 여성 국가지도자가 5명이나 나왔으며 브라질에서도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 유력시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여성의 파워는 확장되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가사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여성이 소비와 노동의 주체로 등장하고, 대기업과 IT분야에서 많은 여성 CEO들이 등장하면서 ‘위민노믹스(Womenonmics)’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여성의 권리 신장은 도덕적 차원이 아닌 국가 발전과 직결된 문제”(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라는 인식이 보편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올해 사법시험 2차시험의 여성 합격자가 42.1%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여성 파워가 커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갈 길이 멀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2010년 남녀 격차 지수’를 보면 한국은 134개국 중 104위였다. 스리랑카(16위) 베트남(72위) 방글라데시(82위)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여성의 성장을 가로막는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가 여전히 온존하고 있으며, 일과 육아를 양립하기 어려운 사회구조도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가 29, 30일 서울에서 ‘여성, 변화 그리고 미래(Women, Change & Vision)’를 주제로 세계 여성 리더십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것도 이런 문제 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한 컨퍼런스를 앞두고 여성과 여성의 리더십이 국가와 사회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점검해보는 기획시리즈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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