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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기업형 슈퍼마켓(SSM) 동네상권 진출 규제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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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기업형 슈퍼마켓(SSM) 동네상권 진출 규제해야 하나

입력
2010.10.3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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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법의 처리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한 쪽에서는 재래시장과 중소상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의 무분별한 동네상권 진출을 규제함과 동시에 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유통산업의 발전과 소비자들의 선택권 존중, 개방경제 흐름에 대한 역행과 통상마찰 가능성 등을 들어 규제를 반대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은 재래시장 반경 500m 이내에 대형 유통업체가 SSM을 출점할 경우 3년간 한시적으로 일정한 조건을 붙이는 방식의 등록제로 규제토록 하는 내용이다. 또 대ㆍ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은 가맹점 형식의 SSM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사실 현 상황은 입법권을 갖고 있는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악화일로를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대 국회에서는 대형마트 및 SSM 관련 규제법이 13건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없이 이들 법안 모두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18대 국회 들어서도 21건이나 되는 관련법 개정안이 경쟁적으로 발의됐지만, 지난 4월에야 가까스로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을 뿐 더 이상의 진전은 없는 상태다.

이러는 동안 SSM을 출점하려는 대형 유통업체와 이를 막으려는 중소상인들의 충돌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고,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뒷전에 밀린 채 격렬한 비난전이 오가면서 양측간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다행히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유통법과 상생법을 처리하자는 데 합의했지만, 이제는 동시처리냐 순차적 처리냐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규제 찬성'

유통법과 상생법의 동시처리 문제가 최대 민생현안이자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논쟁의 발단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국회에 출석해 "통상협상 과정에서 유통법에 대해선 상대국을 설득할 수 있지만 상생법은 설득이 어려우니 분리처리해달라"고 요구한 것이었다.

그런데 외교통상부의 애초 입장은 상생법 뿐만 아니라 유통법조차도 WTO 서비스협정(GATS)에 위반되니 개정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995년 WTO 출범 이래 GATS 위반으로 제소된 건은 5건에 불과하고 더구나 위반으로 판정난 것은 단 2건뿐이다.

이 때문에 국제법 전문가들은 어느 나라든 먼저 입법을 한 뒤 국제통상관계에서 구체적으로 문제가 됐을 때 비로소 입법을 철회하는데 우리 정부만 막연한 우려를 내세워 위기에 몰린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입법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다른 말 못할 이유로 WTO 위반 핑계를 대고 있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결국 여당인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TV 토론에서 특정 대형 유통업체의 모국인 영국이 한ㆍEU FTA 협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통상교섭본부가 상생법 처리를 미뤄달라고 요청했음을 인정했고, 여당 서민특위 위원장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 특정업체의 로비를 질타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ㆍEU FTA 협상 과정에서 이탈리아는 자국의 자동차시장 개방을 우려하며 체결을 지연시켰고, 영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대형 유통업체 진출에 대비한 사전영향평가 등 자국의 중소상인 보호정책을 유보해놓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FTA로 피해를 입는 자국의 중소상인과 자동차 시장 등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FTA 체결 자체가 목표인 양 중소상인 보호입법을 막는 데 주력한 것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지난 4월 대형 유통업체의 SSM 진출을 등록제로 규제하는 범위를 재래시장 반경 500m 이내로 대폭 좁히는 유통법을 처리하면서, 그 범위 밖은 사업조정제도를 통해 규제하되 가맹점 형태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상생법을 함께 묶어 통과시켰다. 사실 재래시장 반경 500m라는 범위 안에 SSM이 진출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낮았고, 대부분의 피해 상인들은 이 범위 밖의 동네상권 상인들이어서 상생법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

당시 지경위는 정부의 반대를 감안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우선 유통법과 상생법을 개정한 뒤 6월에 추가적인 중소상인 보호책을 논의키로 했던 것인데, 추가 논의는커녕 아직 이들 법안조차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유통법을 먼저 처리한 뒤 상생법은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자고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일부 의원들은 상생법의 경우 예산안 통과를 위한 야당과의 협상용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상생법은 정기국회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계류돼 있는 상생법 개정안의 내용은 대형 유통점이 가맹점 형식을 빌어 편법적으로 사업조정을 피해가지 못하도록 가맹점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것 뿐이다. 유통법에서도 가맹점 형태의 진출을 규제하고 있는데, 유통법상의 규제는 되고 상생법상의 규제는 안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왕에 유통법의 처리에 동의한다면 상생법을 함께 처리하는 데 반대할 명분은 전혀 없다.

■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규제 반대'

제조업과 건설업이 월드 베스트 수준으로 뛰어오르는 동안에도 한국 유통산업의 발전은 더뎠다. 그러는 동안 소비자들은 끊이지 않는 식품위생 사고와 중간 단계에서 덕지덕지 붙던 유통마진을 감수해야만 했다.

다행히 1997년의 유통산업 개방을 계기로 한국 유통업은 도약을 시작했다. 세계 1,2위 업체인 월마트와 까르푸의 진출에 맞서 한국형 할인마트가 등장했고 결국은 외국 업체들을 극복해냈다. 좋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 안락한 쇼핑환경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감동시킨 결과였다. 지금도 심각한 인플레이션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대형마트들의 가격파괴 전략에 힘입은 바 크다.

물론 대형마트도 단점을 갖고 있다. 바로 자동차를 운전해서 가야 한다는 것이다. SSM은 바로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점포의 규모로만 보면 대형마트에 비할 수 없고 그래서 비록 대형마트만큼 품목을 다양하게 갖출 수는 없지만, 동일한 품질과 같은 가격의 이점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SSM이 중소상인을 죽이는 악당처럼 묘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SSM만큼 훌륭한 상생 방안은 없다고 단언한다. 특히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가맹점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SSM의 운영자인 중소상인은 대형 할인마트 본부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을 뿐 아니라 점포의 운영에 관한 제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중소상인이 적은 자본으로도 할인점의 경쟁력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SSM 방식이다. 기존의 동네슈퍼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다른 중소상인들에게는 그만한 창업의 기회가 따로 없는 것이다.

SSM의 이점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외관이 깨끗하고 분위기가 좋다 보니 SSM 주변에는 미장원과 꽃집, 세탁소 같은 가게들이 새로 문을 연다. 한 대형마트가 2008년 6월부터 2009년 5월까지 74개의 SSM을 출점시켰는데, 그 주변에 새로 문을 연 미장원, 세탁소 등 소형 점포의 숫자가 200개나 됐다고 한다.

SSM을 막아서 직접적 경쟁관계인 동네슈퍼를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회가 치르는 희생이 너무 크다. 다른 중소상인들이 SSM 방식으로 창업할 기회가 사라지며, 그 주변에 생겨났을 수많은 미장원, 세탁소, 빵집 주인 역시 기회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소비자가 좋은 품질, 안전한 위생, 저렴한 가격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게다가 SSM 규제는 WTO 규정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 WTO가 가만히 있는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 정부가 한국 유통업체에 대해 제동을 걸어올 때 달리 할 말이 없어진다. 그것은 대형마트와 더불어 동반 해외진출을 꿈꾸는 중소 납품업체들에게도 기회가 사라짐을 뜻한다.

문제를 길게 보자. 소비자들은 동네슈퍼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SSM이 없더라도 소비자들은 품질 좋고 값이 싸다면 홈쇼핑 채널과 온라인 쇼핑몰로 얼마든지 눈을 돌릴 수 있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07년까지를 놓고 볼 때 대형마트의 성장률이 109%인데 비해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의 성장률은 274%에 달했다. 기존 상인들의 가장 큰 경쟁자인 이들도 규제할 셈인가.지금 문제의 핵심은 SSM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중소상인들의 혁신과 변신을 도와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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