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사정 수사 확대에 정치권이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태광그룹, C&그룹 등 대기업 대상 수사가 점차 정치인들의 불법자금 수수쪽으로 초점이 맞춰지는 것으로 알려지자 정치권이 '명예훼손' '표적수사'운운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후 1년 반 만에 가동하는 첫 사정수사 체제라는 점을 의식한 듯 동시다발적이고도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서울서부ㆍ북부지검, 창원지검 등이 총동원됐고 수사마다 정ㆍ관계 인사들의 불법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태광그룹 C&그룹 등 대기업 수사에서는 로비 의혹 정치인들의 이름이 영문 이니셜 형태로 공개됐고, 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 수사에서는 청목회로부터 후원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은 의원 30여명의 명단이 떠돌고 있다.
로비의 실체, 수수한 금품의 성격이나 불법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되면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고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검찰이 고의로 명단을 흘린 결과라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뼈아픈 경험을 한 검찰이 스스로 정치권에 공격의 빌미를 줄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검찰의 행태를 고려할 때 수사의 정치적 의도나 배경에 일말의 의심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이나 이익단체의 로비 의혹 수사는 이제 시작 단계이다. 검찰은 수사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 "비리가 드러나면 모두 수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사의 종착점이 어디일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정치권이 검찰 수사에 "그냥 눈감고 죽진 않겠다"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나치다. 스스로 결백하고 법적 문제도 없다면 차분히 수사를 지켜보면 된다. 검찰 독립을 외치다가도 정작 수사가 시작되면 표적수사 운운하는 것은 자가당착이요 구시대적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여야의 반발이 정치 권력을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행위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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