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ㆍ배임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지 두 달. 이른바 '신한사태'는 결국 '절대 권력'이었던 라응찬 회장의 사퇴로 비극적인 제1막을 끝냈다. 또 라 회장 뿐 아니라, 신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신한사태' 3인방을 모두 배제한 채, 신한지주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남은 제2막도 만만치는 않다. 경영진간 갈등이 여전히 남아있는데다, 금융감독원과 검찰 등의 조사와 제재가 기다리고 있고, 가장 예민한 새로운 후계자도 골라야 한다. 신한이 정상화되기까지 갈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다는 평가다.
특별위원회 체제로
신한지주는 지난 30일 열린 이사회에서 라 회장의 사퇴를 수용하고, 비상근 이사인 류시열 세종법무법인 고문을 '대표이사 직무대행(회장)'으로 선임했다. 또 이사회내에 특별위원회를 구성, ▦신한 사태 조기 수습 방안 ▦차기 경영진 구성 등을 논의키로 했다. 신한금융이 사실상 이사회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특별위는 라 회장과 신 사장, 이 행장 등 현 경영진을 제외한 류 회장과 사외이사 8명 등 9명의 이사회 멤버로 구성된다.
이사회가 현 경영진을 배제해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신한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뜻. 전성빈 이사회 의장은 "특별위는 이사들뿐만 아니라 신한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듣고,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재일동포 주주들 반발
신한 이사회는 특별위가 중심이 돼 현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했지만, 신 사장 측과 재일동포 주주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자신들이 주장해온 '중립적 인사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와는 거리가 있는데다, 최종 의결은 라 회장이 여전히 등기이사로 포함된 이사회가 투표로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 라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에선 물러났지만 등기이사직은 사퇴하지 않은 만큼,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일동포 사외이사 4명은 30일 이사회에서 특별위 구성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고, 신 사장도 기권한 채 "이사회와 특별위가 다를 것이 없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라 회장과 가까운 류 회장이 특별위에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재일동포 사외이사는 이사회 직후 "9명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사실상 라 회장 측 전략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며 "현 체제에서 이사회 표결을 하면 라 회장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 뻔한 만큼 향후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 회장 퇴진, 류 회장 취임, 비상체제 구축 등 사태는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경영진 및 주주간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금감원·검찰 수사
더 큰 고비는 앞으로 전개될 금융감독원과 검찰 조사다. 그 결과에 따라, 신한사태는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우선 4일 예정된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관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결과가 주목된다. 만약 라 회장이 직무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등기이사직도 내놓아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신 사장과 이 행장이 제재대상이 될지도 변수다.
8일부터는 금감원의 정기검사가 시작된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를 단단히 벼르고 있는 상태. 기존에 알려진 차명계좌 외에 다른 차명계좌가 더 있는지, 전ㆍ현직 임직원들이 관련 규정을 얼마나 어겼는지 등을 빠짐없이 따질 계획. 이 행장과 관련된 재일동포주주 자금 5억원 수수설의 실체설도 전모가 드러날 전망이다. '빅3'가 또 한번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검 찰조사도 본격화된다. 검찰은 신한은행이 제기한 고소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신 사장을 조만간 소환할 방침. 특히 자문료 횡령에 관해서는 라 회장과 이 행장도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시기만 남았을 뿐 결국은 3인 모두의 퇴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위로선 차기 CEO를 선정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신한 수뇌부가 사실상 공멸한 상태에서, 마땅한 대안을 찾기란 쉽지 않은 상황. 그렇다고 섣불리 외부 영입에 나설 경우 재일동포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신한의 빈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외풍'을 차단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
금융권의 한 고위인사는 "당국의 조사와 제재가 마무리되고 새 CEO를 뽑을 내년 주총 때까지가 신한으로선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이해당사자와 사태책임자들이 끝까지 입장을 고집한다면 사태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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