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인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최고 권력자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지지도를 거의 따라잡았다. 지난주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가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76%로, 77%를 얻은 푸틴 총리에게 단 1%포인트 뒤졌다. 2008년 5월 취임 이래 가장 근접한 수치로 2012년 대선 향배가 주목된다. ‘지금 당장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나’란 질문에서도 푸틴(24%)과 메드베데프(21%)의 격차는 3%포인트에 불과했다.
현지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말만 앞서고 행동력이 없다”고 비판받던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최근 부패 의혹에 휩싸인 유리 루쉬코프 모스크바 시장을 전격해임하고, 경찰 개혁, 부패와의 전쟁을 이끌며 리더십을 보인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푸틴의 꼭두각시’ 오명을 벗고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9월 이후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나 오른 반면 푸틴 총리는 제자리걸음이었다.
3선 연임을 금지한 러시아 헌법에 따라 푸틴은 메드베데프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총리자리로 물러났지만 차기 대통령직에 야심을 보여왔다. 화합하던 둘 사이는 올해 들어 메드베데프가 푸틴이 승인한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중단시키는 등 반기를 들면서 틀어져 차기 대선이 두 사람의 경쟁구도로 갈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다.
레바다센터 부소장 알렉세이 그라쥬단킨은 “아직 2012년 대선을 점치기는 이르지만, 안정적인 상황이 지속되면 메드베데프가, 테러 등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푸틴이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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