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차붐 신화’를 꿈꾸는 손흥민(18ㆍ함부르크 SV)이 ‘신데렐라 스토리’를 엮어내고 있다.
손흥민은 30일(이하 한국시간) 쾰른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열린 FC 쾰른과의 2010~11 독일 분데스리가 10라운드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 멋진 데뷔골을 터트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만 18세. 한국에 있었다면 고교 3학년이다. 그러나 첫 골을 만들어낸 과정은 어린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침착했다. 찬스를 포착하고 마무리 짓기까지 한 점 군더더기도 없었다.
처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1-1로 맞선 전반 24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고이코 카차르가 기습적인 긴 패스를 내주자 상대 수비수를 뚫고 페널티지역으로 쇄도했다. 원바운드된 패스를 오른발로 툭 차서 전진해 나온 골키퍼 키를 넘긴 후 텅 빈 골대 안으로 가볍게 왼발 슛을 밀어 넣었다. 함부르크는 2-3으로 재역전패 했지만 손흥민의 활약은 ‘차붐 신화’ 재현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손흥민의 오늘 날은 아버지 손웅정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춘천고와 명지대를 거쳐 K리그 현대 호랑이(울산 전신)와 일화 천마(성남 전신)에서 활약했던 손 씨는 청소년 대표에 선발될 정도로 전도 유망한 선수였다. 그러나 아킬레스건 파열로 1989년 유니폼을 벗었다. 춘천으로 낙향한 손 씨는 유소년 팀을 창단하고 아들에게 직접 축구를 가르쳤다. 비범한 재능을 보인 둘째 손흥민은 2008년 축구 명문 동북고에 입학했고 대한축구협회 우수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돼 함부르크 SV에 유학했다.
함부르크 유학이 끝난 후 손흥민은 유럽 무대 진출을 위해 동북고에 복귀하지 않고 무적(無籍) 신분으로 2009 나이지리아 청소년 월드컵(17세 이하)에 출전했다. 3골을 넣으며 8강행을 이끌었고 11월 함부르크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지난 7월에는 정식 1군 계약을 맺었고 프리 시즌 9경기에서 9골을 터트리며 이름을 알렸다. 특히 8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첼시와의 친선경기(2-1)에서 역전골을 터트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조광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직접 불러 테스트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첼시전에서 입은 발 부상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부상을 털고 지난 28일 프랑크푸르트와의 DFB 포칼(2-5) 경기 후반 교체 출전, 1군 무대에 데뷔한 손흥민은 이틀 만에 정규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해 첫 골을 사냥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