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국민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가 지목한 여성 후계자를 새 대통령으로 택했다. 호황을 이끌며 임기 말까지도 80%의 지지율을 자랑하는 룰라 8년의 바통을 이어받은 집권 노동자당(PT) 후보다. 중도 좌파를 표방하는 PT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함에 따라 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은 시장경제와 분배를 조화시킨 현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현지시간) 실시된 브라질 결선투표 하루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PT당 딜마 호우세피(62)가 상대 후보를 최소 10%P 이상 앞서, 무난한 승리가 점쳐진다고 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다타폴랴 등 현지 4대 여론조사 기관은 호우세피가 유효득표율에서 제1 야당인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 조제 세하(68)를 10%~13%P 이상 앞섰다고 발표했다. 10월3일 1차 선거에서는 호우세피가 과반에 약간 못미친 47%를, 세하 후보가 33%를 얻었다.
승리가 확정되면 호우세피는 브라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2006~2010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2007년 12월~)에 이어 남미 정상으로는 세번째다.
룰라 정부에서 에너지 장관을 지낸 호우세피는 60년대 말 반정부 게릴라 활동에 투신한 이력을 가진 정통 좌파다. 선출직 경험이 없어 지명도와 행정능력 부족한 게 약점으로 꼽혔지만, 3선 연임제한에 따라 일찌감치 호우세피를 후계자로 낙점한 룰라 대통령의 물심양면 도움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선거 초반에는 최대 지방정부 상파울루주 정부를 이끈 관록의 정치인 세하 후보가 훨씬 앞선 양상이었다. 세하 후보는 2002년 대선 당시 룰라와 맞붙은 경쟁자이기도 하다.
‘정치적 스승’ 룰라의 그늘이 호우세피에게 독이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3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부인 페르난데스의 조력자로 국정운영을 돕다가 최근 사망한 아르헨티나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처럼 호우세피 역시 룰라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룰라가 연임 제한 때문에 잠시 자신을 대신할 대통령을 세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처럼 상왕정치를 펴면서 차기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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