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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또 마음고생 컸던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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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또 마음고생 컸던 10월

입력
2010.10.3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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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했던 더위를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기 전 잠시의 여유 같은 달이 10월이다. 하지만 이 땅의 과학자들은 이 여유의 달에 죄지은 사람처럼 움츠리고 마음을 졸인다. 매년 10월이면 발표되는 노벨상 소식 탓이다. 연일 발표되는 각 분야 노벨상 소식에, 또다시 우리나라의 첫 노벨상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는 질책과 자성의 소리도 어김없이 들린다. 일본의 노벨과학상 14명 배출은 부러움과 분석의 대상이 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골똘히 고민하게 된다.

한국 출신의 과학자도 노벨상 수상후보로 거론되는 경우가 여럿 있다. 특히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그래핀 관련 업적은 한국과학자의 수상이 가능했던 분야로 꼽힌다. 물론 상이 목적이 될 수야 없지만 우리 과학의 폭과 깊이가 반영되는 정도는 될 것이다. 총명한 젊은이들이 기초과학에 관심 갖고 인생을 거는 계기도 될 것이다. 그러니 10월을 무서워하는 그 마음을 탓할 수만은 없다.

올해에는 한국의 수학자들도 비슷한 마음고생을 했다. 수학에는 노벨상이 없고 필즈상이 최고의 영예로 간주 되는데, 4년마다 국제수학자대회 개막식에서 수여된다. 지난 2006년 마드리드에서 수여될 때는 한국 수학자가 못 받았어도, 아직 우리 수학의 수준이 갈 길이 먼 것이려니 했다. 하지만 올해 8월 인도에서 4명의 수상자 중에 베트남 출신의 응오 바오차우 교수의 이름이 발표되자 탄식이 나왔다. 일본 3명, 중국 1명에 이어 아시아에서 다섯 번째의 필즈상이다. 그래도 아시아에서는 한·중·일이라 하는데 한국을 건너 뛴 것이다. 충격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필즈상 수상자가 발표되던 인도에서 베트남 수학회장인 화르퇀 교수를 만났다. 기쁨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화 교수는 자랑거리가 많았다. 응오씨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2년 연속으로 금메달을 받았는데, 첫 출전에서 만점을 받았다. 당시 그의 수학적 재능에 주목한 베트남 수학자들은 고등학생이던 그를 무상으로 매주 불러 지도했는데, 화교수도 시간을 많이 썼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영재성이 가장 중요한 분야로 음악과 수학을 드는데, 영재를 발굴한 뒤 과감한 투자를 해서 성공한 경우이다. 응오씨는 이후 프랑스에 유학하여 대학과 박사과정을 마쳤고, 현대수학에서도 난해한 분야로 여겨지는 산술기하학의 주요 문제를 해결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09년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과학발견 10개에 그의 업적이 선정되었고 필즈상 수상후보가 거론될 때마다 그의 이름이 올랐으니, 그의 수상은 예견된 것이었다.

한국의 수학 수준은 여러모로 베트남보다 앞서 있다. 어린 영재들부터 젊은 수학자들을 포함한 기성 수학자들의 연구수준까지 그렇다. 하지만 베트남이 재능 있는 한 어린 학생에게 한 ‘몰빵 투자’는 주목할 만하다. 대학을 프랑스에서 마쳤지만 응오씨는 자신의 수학자로서의 성장에 어린 시절 베트남 수학계의 애정과 관심이 중요했다고 여긴다. 그래서 필즈상 상금 전액을 모국의 수학영재 교육에 써달라고 기부했다. 화 교수에 따르면, 응오씨의 필즈상 수상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베트남 정부는 수학연구소 설립 등의 수학 지원책 강구에 나섰다고 한다. 한 명의 인재가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는 참 크다.

인도 국제수학자대회 기간에 여러 나라 수학회가 주최한 리셉션이 열렸다. 프랑스 수학회 리셉션에 갔더니 참석한 필즈상 수상자들을 소개하면서 응오씨를 프랑스 수학계의 자랑이라고 했다. 우리 내부의 성장과 더불어 개도국 인재를 유치하고 교육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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