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발 항공기를 이용한 폭발물 소포 사건으로 세계에 테러 경보가 울린 가운데, 1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수신자로 한 소포폭탄이 발견됐다. 그리스 경찰은 벨기에와 네덜란드 멕시코 현지 대사관에도 소포폭발물을 전달하려던 테러용의자 2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그러나 4개의 소포폭탄 가운데 1개가 아테네의 한 택배회사에서 폭발해 여성 1명이 부상했다.
테러경보가 계속 되자 유럽국가들은 문제지역에 대한 화물은 물론 여객기 운송까지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독일 항공당국은 이날 추가조치가 나오기 전까지 예멘발 여객기의 입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백악관까지 항공기 화물을 통한 추가 테러를 경고하고 나섰다. 존 브레넌 백악관 대 테러담당 보좌관은 "영국과 UAE에서 적발된 것과 같은 폭발물이 이제 없다고 보는 것은 경솔하다"며 테러 경보를 강화할 것을 세계에 주문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유사 테러위협 가능성과 화물검색 허점이 잇따라 제기된 예멘의 수하물 검색절차 및 보안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단 8명을 긴급 파견했다.
그리스 소포폭탄의 경우, 체포된 4명은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건드리면 폭발하도록 만든 위장폭탄인 부비트랩형 폭탄을 소포로 전달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이 알카에다 보다는 극좌 게릴라 단체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극좌 무장세력이 우편물 폭발테러를 감행해, 지난 6월 내부장관실 고위직원이 숨지기도 했다.
그러나 동일 수법의 테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슬람 테러세력과의 연루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앞서 미 당국은 이번 사건들의 배후가 예멘에 근거지를 둔 아라비아반도 알 카에다(AQAP)이며, 그 조직원인 폭탄 전문가 이브라힘 하산 알 아시리(28ㆍ사진)를 유력한 폭탄 제조 용의자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예멘발 폭발물 소포를 제작ㆍ발송한 테러범을 찾는 작업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문제 소포를 발송하며 배송회사에 전화번호를 남겨 체포됐던 여대생 하난 모하메드 알 사나위(22)는 신분을 도용당한 것으로 드러나 석방됐다. 예멘 정부는 "알 사나위의 이름과 신분증, 전화번호를 도용한 다른 여성의 뒤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이 미궁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사는 화물 운송회사 UPS와 페덱스의 현지 직원은 물론, 사나 공항 화물운송 노동자들로 확대된 상태다.
폭발물 소포가 적발된 영국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당국도 폭발물로 사용된 프린터 카트리지의 지문감식 등을 통해 사건 가담자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폭발물 소포가 발견되기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정보부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투항한 알 카에다 핵심 요원 가베르 알 파이피가 폭탄 소포 관련 정보를 사우디 당국에 전달했으며, 사우디 정보부는 이를 미국, 영국, UAE 등에 긴급 전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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