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될까. 검찰이 현직 대통령 친구의 사무실 압수수색이라는 정공법을 택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지방의 중소기업인 임천공업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시작한 이번 수사의 최종 타깃이 무엇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현 단계에서 검찰의 수사 초점은 천 회장이 임천공업 이수우(54ㆍ구속기소) 대표로부터 받았다는 40억원 상당의 금품의 성격을 규명하는 것이다. 당초 정치권에선 임천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라는 점에서 그 실체는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으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드러난 사건의 윤곽은 '세무조사 무마 및 대출청탁 로비'였다. 천 회장이 지난해 임천공업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해 주거나 금융권 대출을 도와주는 등의 대가로 금품을 받았고, 이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남 사장 연임 로비 의혹에 대해 검찰은 "범죄 혐의점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혀, 결국 사건은 천 회장과 이 대표의 비리로 정리되는 모양새였다.
그러던 검찰의 분위기가 최근 미묘하게 달라졌다. 29일 검찰 관계자는 '천 회장과 관련해서 은행 대출 외에 다른 부분(남 사장 연임 로비 의혹)도 보느냐'는 질문에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수사 범위에 대해서도 "공이 움직이면 그에 따라 조준해야 하는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종전의 태도와 달리,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준규 총장 또한 지난 18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 의혹을 전반적으로 보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수사가 어쩌면 단순히 천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압수물 분석과정에서 그 동안 제기된 의혹들을 뒷받침하는 증거물이 확보되면, 개인비리 사건이 아닌 '권력형 비리'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천 회장 사무실을 뒤늦게 압수수색한 것도 대출 로비 부분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포석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은 일단 일본에 체류 중인 천 회장의 자진 귀국 여부를 이번 주말까지 기다려 본 뒤, 다음주쯤 그의 신병처리 방향에 대한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천 회장에게 세 차례 소환통보를 했으나 불응한 만큼, 더 이상의 출석 요구는 의미가 없다"며 "마냥 기다리지는 않겠으며,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천 회장의 귀국을 계속 압박해 입국하는 즉시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계속 귀국을 미룰 경우 여권 무효화나 범죄인인도 청구 등도 거론되고 있으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일본에선 알선수재죄가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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