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직접 칼을 겨누자 C&그룹을 둘러싼 의혹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정작 사건의 핵심인 정ㆍ관계 인사 로비는 소문만 무성한 채 아직 뚜렷이 드러난 게 없다. 임병석 회장의 '입'이 과연 열릴지, 그 시기는 언제일지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임 회장은 검찰 신문에 대부분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회장은 체포 당시 적용된 횡령 혐의는 물론, 구속 당시 적용된 배임, 사기 혐의조차도 "경영적 판단이다. 보고 받은 바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이번 수사의 목적을 "먹튀식 경영 관행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사기, 배임 혐의 입증에 대해선 자신하는 눈치다. 문제는 수사의 종착지라 할 수 있는 불법 정ㆍ관계 로비 혐의를 밝히는 것이다.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금품로비 수사는 공여자가 입을 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임 회장은 "회사를 위해 평균적인 수준에서 정치인을 만난 적은 있지만, 금품을 건네거나 로비를 한 적은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차 게이트' 당시 대검 중수부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협조로 정ㆍ관계 인사를 대거 기소할 수 있었다. 반면, 임 회장은 박 전 회장과 다른 입장이라 '입'을 열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 많다. 기업이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고 많은 것을 가진 박 전 회장은 자칫하면 잃을 게 많아 검찰의 압박이 먹혀들 여지가 컸지만, 이미 회사가 망해 더 잃을 게 없는 임 회장으로선 검찰에 협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즉, 검찰과 임 회장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접점이 없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반대로 일각에선 정ㆍ관계 로비에 대한 회사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검찰이 시기를 조율 중이라는 얘기도 있다. C&그룹 고위 임원들을 통해 상당한 첩보를 확보했지만, 여당 인사와 야당 인사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 카드를 숨기고 있다는 해석이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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