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카운티경찰국 세실 람보 국장 등 한국계 외국경찰관 13명은 경찰청이 마련한 제5회 해외 한인경찰 초청행사 참가 차 17일 방한했다. 이들이 20일 한국 경찰생활을 체험하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찾았을 때 필자는 통역요원으로 동행했다.
이때 세실 국장은 "미국에서는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을 폭행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물론 위험하고 고생스러울 때도 많지만 그만큼 일반 공무원보다 보수도 많다. 사건이 터져 근무를 더 하면 그만큼 수당을 더 받기 때문에 사기가 높다"고 했다. 우리 실정과는 사뭇 다른 부분이었다.
그는 또 "한국은 여성들이 밤 늦은 시각 시내 중심가를 마음 놓고 다닐 정도로 안정된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라면서도 "한국 경찰은 언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외국경찰관의 눈에 비친 한국 경찰의 모습이 꽤 낯설었던 모양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씁쓸함이 느껴졌다. 밤마다 취객들에게 시달리고 피의자에게 주먹으로 맞거나 심지어 귀를 물어뜯기는 등 폭행까지 당할 정도로 약해진 경찰의 위상. 강도 높은 근무에 비해 열악한 보수 등 처우로 사기가 떨어진 경찰. 마음 속에는 어느새 부러움과 아쉬움이 교차했지만 현실이 개선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사명감을 갖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겨나고 있었다.
일주일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오랜만에, 또는 처음으로 온 한국에 가족을 데리고 다시 오겠노라고 말하는 외국경찰관들에게 필자는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친구가 돼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한국의 참모습을 널리 알리고 해당 국가와의 관계를 증진시키는 외교 사절단이 되기를, 또 그들을 다시 만날 때는 한국 경찰의 근무 여건이 개선돼 부러움의 무게가 한층 가벼워지길 기대해본다.
김윤지 서울경찰청 정보과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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