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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브레인 퓨처' 눈 뜬 신경혁명, 세상을 조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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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브레인 퓨처' 눈 뜬 신경혁명, 세상을 조정하다

입력
2010.10.2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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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린치 지음ㆍ김유미 옮김

해나무 발행ㆍ368쪽ㆍ1만5,000원

최근 인천국제공항 검색대에 등장한 알몸 투시기는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아무리 보안을 위해서라지만, 누군가 옷 속에 감춘 내 몸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게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몸이 아니라 마음을 투시 당한다면 어떨까. 더 꺼림칙할 것이다. 공상과학 속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최근 사람의 마음을 읽어낸다는 휴대용 스캐너 ‘멜린턴트’를 개발, 현장에서 시험하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이 센서 옆을 지나기만 하면, 피해를 주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을 식별해낸다는 첨단도구다. 이 센서는 얼굴 근육의 무의식적인 움직임에 나타나는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포착해 생각을 숨기려는 의도를 발견한다고 한다.

테러 예방 등의 목적으로 쓰일 이 장치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기타 정보기관들이 수십년 이상 투자해온 신경과학 기술의 성과 중 하나다. 미국의 신경기술산업 전문가 잭 린치가 쓴 에는 이런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이 현재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전망하는 책이다.

저자는 사람의 뇌를 읽거나 조정할 수 있는 ‘신경혁명’ 이 이미 시작됐다며, 이를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화혁명에 이은 ‘제4의 물결’이라고 부른다. 뇌를 스캔해서 범죄자를 추적하고, 위성을 통한 뇌파 감지 시스템을 통해 전쟁 시 적의 의중을 파악하고, 신경 약물로 학습 능력을 증강시키거나 마음을 치유하고, 심지어 유체 이탈이나 영적 황홀경같은 종교적 체험까지 가능한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책은 신경혁명의 징후를 곳곳에서 포착한다. 예컨대 미국 법정은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증거로 뇌영상 자료를 이미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결정적 단서로 판결하는 소송이 연간 900건 이상이 된다고 한다.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첨단 영상기술 덕분이다. 자기공명영상(MRI),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양전자 단층촬영(PET) 등이 그것이다. 특히 fMRI를 사용한 뇌 스캔은 특정한 생각이나 자극에 뇌의 어느 부분이 활발해지는지 연속 사진으로 보여줌으로써, 신경ㆍ정신질환의 치료뿐 아니라 범죄 예방, 교육, 예술 활동 등 여러 분야로 쓰임새를 넓혀가고 있다.

이 책이 전하는 신경혁명의 영역은 의학, 학문, 문화, 정치, 경영, 군사, 종교 등 거의 전방위로 뻗어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신경마케팅, 불확실한 상황에서 합리적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신경경제학, 공감과 신뢰를 일으키는 옥시토신 호르몬을 이용해 좀더 인간적인 가정과 학교와 사회를 디자인하는 신경공학, 예술적 창조력과 미감을 높이는 신경생물학, 마음을 성형하는 성형신경학, 기도나 명상 없이도 종교적 체험을 가능케 하는 신경신학…. 저자는 이 분야의 연구 현장과 적용 사례를 두루 점검하고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책을 썼다.

그렇다고 뇌를 알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낙관론만 펼치는 건 아니다. 그는 신경혁명을 ‘양날의 검’이라고 본다. 잘 활용하면 인간의 능력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반대로 인권 유린 등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신경윤리학이다. 용의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기 전에 정부가 그들의 뇌를 스캔할 권리가 있는가? 바람직하지 않은 사고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신경기술을 사용해도 좋은가? 힘있는 집단이 신경기술을 활용해 힘없는 집단을 제어할 경우 사회는 그에 따른 불평등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저자는 신경혁명에 내재된 ‘두려운 가능성’을 자각하고 있다. 신경사회가 축복이 될지 악몽이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옳다고 가치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다만 거대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음을 강조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원론적 제안을 할 뿐이다. 따라서 고민은 독자의 몫이다.

저자는 신경과학 연구 관련 기업들의 무역 활동을 지원하는 신경기술기구(NIO) 설립자이자 이사장이다. 과학자가 아닌 산업 전문가로서, 이 책도 신경과학의 윤리적 문제보다는 기술적 성과와 적용 가능성을 다루는 데 치중하고 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는 유용한 책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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