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말러인가? /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이방인이었다. 유대인 상인의 아들로 보헤미아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음악 활동을 한 그는 세상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않고 환영받지 못했다. 생래적인 상실감과 체념, 부인의 외도와 딸의 죽음, 살인적인 스케줄, 모순이 절정으로 치닫던 세기말의 분위기가 그의 작품의 자양분이었다. 말러는 그 속에서 혼돈, 열정, 고난, 죽음의 이미지와 구원을 향한 몸부림이 혼융된 교향곡을 써내려갔다. 그렇게 탄생한 10곡의 작품은 베토벤을 뛰어넘는 교향곡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다.
영국의 저명한, 또한 논쟁적인 음악평론가인 노먼 레브레히트는 말러가 밟았던 모든 길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그의 숨결을 되살려냈다. 말러가 살았던 아파트와 별장, 영감을 얻은 산꼭대기를 직접 오르고 그가 아내와 사랑을 나눈 방식, 옷 입는 방법까지 세밀히 살폈다. 이 책은 그렇게 쓴 전기이자 말러의 음악이 가진 파괴력과 강한 호소력의 뿌리를 탐문한 비평서다. 이석호 옮김. 모요사ㆍ544쪽ㆍ2만5,000원.
유상호기자
美 역사교과서가 감추고 왜곡한 불편한 진실들
선생님이 가르쳐 준 거짓말 / 제임스 W 로웬 지음
설리번 선생님의 도움으로 장애를 딛고 일어선 헬렌 켈러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됐을까. 미국의 역사 교과서는 박애주의자라는 한 마디로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급진적 사회주의자로서 노동운동과 장애인 권익 개선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교과서는 자립과 노력이라는, 그의 어린 시절의 미덕에만 주목한 것이다. 미국 역사 교과서는 이 밖에도 인디언 문제나 베트남전쟁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교과서가 감춘 역사, 교과서 왜곡과 그 목적, 역사 교육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논한다. 하버드대에서 사회학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스미소니언협회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미국 역사 교과서들이 얼마나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가 20년 넘게 교과서와 씨름했다는 결과인데, 2001년 12종의 교과서를 조사해 초판을 발행했고 올해 새 교과서 6종을 추가해 개정판을 냈다. 남경태 옮김. 휴머니스트ㆍ688쪽ㆍ2만8,000원.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몰락한 조선, 강국된 일본… 그 격차의 시작은
못난 조선 / 문소영 지음
한국인들은 흔히 근대 이전의 조선은 선진국, 일본은 후진국이었으며 개항이 늦었기에 조선이 식민지배의 굴욕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못난 조선> 은 그러나 "일본과 조선이 후발 제국주의 국가와 식민지의 상반된 길을 간 것은 불과 23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 개항의 시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그 이전에 이미 일본은 조선보다 경제적 토대에서 300년 이상 앞서 있었다"고 주장한다. 못난>
문화, 경제, 사회, 정치 네 부분으로 나눠 16~18세기 조선과 일본 두 나라의 모습을 비교한 이 책은 조선의 못난 부분, 즉 성리학적 지배 관념에 사로잡혀 새로운 문물을 외면하고 은둔의 길을 택한 우물 안 개구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동시에 조선이 오랑캐로 무시했던 일본이 유럽 등 외부세계와 활발하게 교역하면서 경제력을 축적하고 문화를 꽃피우는 과정이 제시된다.
일간지 기자인 저자는 "세종 때나 영조, 정조 시절의 잘난 부분만 강조하며 조선을 미화하려 하지 말고 못난 부분도 드러내서 그 원인을 꼼꼼히 따져봐야 같은 우를 다시 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전략과문화ㆍ438쪽ㆍ1만8,000원.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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