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이번에도 내 책을 불온서적으로 정해주면 책 파는 데 도움이 되겠다.”
경제학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신작 를 내고 29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의 전작 은 국방부가 불온서적으로 찍은 23권 중 하나다. 전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은 책을 금서로 만들어버린 국방부의 조치는 진작에 웃음거리가 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헌법재판소는 국방부가 불온서적의 군 영내 반입을 금지한 것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군인들의 정신 전력은 국가 안전보장을 확보하는 군사력의 중요한 일부인 이상, 그 정신전력을 해칠 책을 차단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 요지다.
국방부는 군인들을 지나치게 염려하는 듯하다. 나쁜 책으로부터 보호해야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그러나 군인들은 바보가 아니다. 또 국가 안보가 어떤 책 한 권 때문에 흔들린다면, 그 나라는 정신적으로 덜 자란 미숙아일 것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불온서적의 범위, 지정권자, 사전 심사절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단이 없다. 국방부 맘대로 정해서 금지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이게 옳은 일일까.
책을 읽을 자유는 기본권이다. 이건 읽어도 되고, 저건 읽으면 안 된다고 국가 권력이 참견하고 규제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자 부당한 처사다.
안 그래도 최근 이런저런 블랙리스트가 말썽이 됐다. KBS 기피 인물이 되어버린 개그우먼 김미화, 시민단체의 초청으로 입국하려다 공항에서 강제 출국당한 일본의 빈민운동가 마쓰모토 하지메 등 여러 인물이 떠오른다. 장 교수의 이번 책도 블랙리스트에 오르려나.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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