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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양성 평등은 국가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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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양성 평등은 국가 품격

입력
2010.10.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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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9월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밀레니엄 정상회담은 '양성평등의 증진 및 여성의 권리강화'를 8대 국제개발 목표 중 주요한 과제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양성평등과 여성 인권 증진이 화두라 할 수 있다. 양성평등은 남녀간의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나 양성평등 개념은 국민의 의식 개선뿐 아니라 환경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실천을 이루는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

국민 삶의 질에 큰 영향

대표적인 양성평등 정책의 하나인 성별 영향 평가를 통한 제도개선 사례를 보자. 2005년부터 도입한 성별 영향평가 제도는 남녀 어느 한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내용을 조정하는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부모 지원정책에서 싱글맘의 경우, 나이 든 부모와 한 지붕 아래 살아도 별도의 가구로 인정받아 각각의 복지혜택을 받았으나, 싱글 대디는 가난해도 별도의 가구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2009년부터는 싱글대디도 별도 가구로 인정해 동일한 대우를 해주고 있다. 이것은 남성에 대한 차별적 정책을 개선한 사례이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성별 영향평가를 거쳐 공공시설의 남자 화장실에도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고 있다. 육아에 남녀 양쪽을 고려한 조치이다. 이렇듯이 양성평등 정책은 어느 한쪽 성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도록 제도와 환경 개선까지 추진함으로써 실질적 남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양성평등이 왜 중요한가? 역설적으로,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상황을 누가 원할 것인가 반문할 수 있다. 각자의 개성과 특성을 인정받고 참여와 도전, 성장의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의 국민이 행복할 것이라는 것은 예측 가능한 사실이다. 지난 국정과제 세미나에서도 '양성평등 문제는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과 연결된다'고 전제, 행복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 향상을 위해 양성평등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사회적으로 저출산 문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저하, 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가족형태의 등장과 아동 및 여성폭력, 가정폭력 등 다양한 사회통합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경제력이나 국가 위상에 비해 낮은 성 평등수준 또한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자료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의 여성권한 척도는 조사대상 109개국 중 61위, 2010년 세계경제포럼에 의한 성 격차 지수는 134개국 중 104위에 머물러 있을 만치 아직 갈 길이 멀다.

양성평등은 이러한 사회통합과 국민의 행복체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국제사회에서 국민 삶의 질을 대변하는 대표 지수이다. 스웨덴이나 프랑스처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가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인적 개발이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식하여 양성 평등의 사회 분위기와 성 평등 유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많은 노력을 하는 사례들은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 제고와 실질적 선진사회를 목표로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복사회 실현의 지름길

양성 평등은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와 사회, 기업과 고용주, 남녀노소 등 모든 구성원과 주체들이 함께 이루어야 할 일이다. 우선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위한 제도 구비와 사회 지도층의 의식 강화, 아동 및 여성폭력 사전예방 시스템 구축 등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국가수준의 성 평등지표 개발과 관리, 홍보 등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사회와 학교, 가정 등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성(性) 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양성평등 의식의 생활화 노력이 이루어져야 행복한 사회 실현을 앞당길 수 있다. 양성평등은 행복사회 실현의 출발이자 국가 품격이다.

문숙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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